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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그루 Dec 20. 2022

맥도날드가 좋은 이유

여유와 한정성의 중요성



무엇을 어떻게 왜 좋아하는지 그리고 왜 싫어하는지에 대한 생각 정립은 나를 이해하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햄버거를 좋아한다. 유년기 시절엔 주말마다 아버지가 롯데리아에서 사주는 불고기버거가 삶의 유일한 일탈이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언제 먹어도 적당한 맛과 영양과 포만감을 안겨주는 안식처 같은 존재였다. 또한 햄버거는 담배와 같이 자기 파괴적인 이미지가 있다. 자신이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는 것들에겐 나름의 매력이 있다. 그래서 90년대 밴드맨들이 담배와 싸구려 치즈버거만 들고있었어도 멋있게 느껴졌던 게 아닐까 싶다.


그 중에서도 나는 단연코 맥도날드를 좋아한다. 가끔 대전에 내려갈 때 서울역을 들를 때도, 새벽 늦게까지 친구들과 술에 취해 대학로 거리를 거닐 때도, 나는 무조건 맥도날드를 들린다. 맥도날드에는 다른 햄버거 브랜드에선 찾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첫번째는 ‘스탠다드’의 자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 내게 가장 큰 매력이다. 버거킹의 와퍼는 먹고나면 내게 폭력적으로 느껴질 만큼의 배부름이 느껴진다. 롯데리아는 너무 그 양이 적으며 맘스터치는 너무 오래 걸린다. KFC는 맛이 없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말그대로 적당하다. 부담스럽지 않고 적당히 건강하지 않은 맛, 적당한 양, 적당한 기다림은 갓 나온 빅맥을 더욱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해준다. 또한 맥- 으로 시작하는 다양한 사이드 메뉴와 쿨한 M이 그려진 포장은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다. (다만 요즘은 이를 벗어난 메뉴도 많아져서 조금 아쉽다)


두번째로는 배려와 기다림이 있다. 삼성과 애플, 깁슨과 펜더, 나루토와 사스케처럼 맥도날드의 라이벌은 버거킹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버거킹을 살펴보면, 가게 앞에서부터 저렴한 가격을 어필하는 사이드 메뉴의 홍보물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마치 이 음식이 저렴하고 맛있으니 먹으라고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항상 받는다. 이는 배달 어플 내의 이벤트 설명에서도 느낄 수 있다. ‘00와퍼 오늘만 00원!’ 같은 카피는 누군가에게 맹목적으로 구애하는 사람처럼 매력이 없다. 반대로 맥도날드는 ‘00한 맛을 00원에 즐겨보세요’ 같은 카피를 쓴다. 첫번째 이유와 마찬가지로 부담스럽지 않게 고객을 기다려준다.


마지막은 귀여운 한정성이다. 이 부분을 가장 크게 상징하는 것은 맥모닝이다. 맥모닝은 한정메뉴지만 바쁘고 다양한 현대인을 배려하듯 10시 30분이라는 시간까지 기다림과 동시에 11가지나 되는 메뉴로 도시의 아침을 응원해준다. 한정된 시간에만 먹을 수 있는 맥모닝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날은 내가 괜히 부지런해진 마음도 든다. 그래서 맥모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날은 마음이 더 든든하고 바쁜 도시와 현대 사회의 일원으로써 내가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렘도 준다. 왜인지 항상 같은 시간 대에 뜨거운 커피를 시키고 신문을 읽는 할아버지가 근처에 계시는 것은 적당한 관람점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맥런치의 한정성 또한 가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폭력적인 가격 마케팅이 아닌, 매일매일 돌아온다는 그 적당한 한정성에서 오히려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위와는 다른 결이지만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해피밀의 장난감의 매력은 보너스다.


예전엔 친구들과 술을 거나하게 먹고 서울 어디를 가든 24시간 맥도날드가 있어서 맥플러리나 초코콘을 먹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하나 둘 사라지고 있어서 너무 아쉽다. 다 쓰고나니 초코콘 마저도 참 매력적인 디저트인 것 같다. 정리하자면 여유와 적당함을 기반으로 하지만 귀여운 승부수가 있는 매력이 내가 맥도날드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수면패턴이 망가져서 써보는 잡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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