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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그루 Aug 20. 2023

올드 잉글리쉬 쉽독 순향씨 작업기 <15>

포토 작업

우리의 아트워크 중 가장 큰 문제는 포토였다. 직전 포토였던 산님은 엄청나게 잘 찍어주셨는데, 우리가 옷과 헤어 메이크업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산님이 노고해주신거에 비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밴드 포토를 자주 하는 abi raymaker와 박정우 작가님 둘 중 한 분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abi raymaker 작가의 포트폴리오 중에서는 밴드 보단 솔로 아티스트가 많아서 고민 끝에 박정우 작가님으로 골랐다.


박 작가님은 워낙 바쁘셔서 연락이 조금 어려웠었는데, 사실 촬영 전전날이었나? 일정에 차질이 생길 뻔해서 작업 시작 전까진 순조롭지 못했다. 그래도 차질없이 원 일정에 참석해주셨다.


나는 새벽부터 메이크업 실장님과 함께했다. 지안 실장님은 고등학교 후배 밴드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이번 포토 작업에서 우리에게 엄청 용기를 복돋아주셨다. 


작가님께선 계속 웃는 표정이셨는데, 무언가 엄청난 포스가 있었다. 

키자루보다 엄청 잘 생기셨다. 풍기는 아우라를 비유하자면...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작가님도 나처럼 작업을 할 때 본인의 흐름대로 흘러가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 했을 수도 있지만, 그가 흐름을 주도하려는 비언어적인 행동들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렇게 긴장이 흐르던 와중 첫 사진 미리보기가 나왔다. 

사진을 너무 잘 찍어주셨다.

이번 작업이 워낙 다른 작업들보다 자본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 이번 작업은 유독 협업시 첫 작업물을 볼 때마다 이런 반응들이 많았다. 내가 상상했던 그림 그대로 화면에 비춰진 내 모습을 보며, 한동안 믿지 않았던 프로라는 개념은 실존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실장님과 작가님 둘 다 현장에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바로 만들어 내는 프로 중의 프로였던 것이다.


무튼 우리보다 더 열심히 뛰어주시는 실장님, 몸 굴려서까지 촬영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작가님께서 촬영 도중 내가 자꾸 배려하는 포즈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조금은 더 이기적으로 구세요. 그게 사진이든 일상에서든요.


이 말이 아직까지도 마음에 남아있다. 난 내가 생각하기에 이기적인데, 그렇게 봐주지 않으셔서 고마운 마음과 리더로서 항상 유유부단했던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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