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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그루 Dec 20. 2022

스포일러 가득한  <헤어질 결심> 후기

물고기와 미쟝셴을 중점으로



박찬욱의 2022 신작 <헤어질 결심>



소설가 김승옥

(1) 작중 도드라지게 보여지는 소재는 단연 ‘안개’이다. 안개가 걷히지 않는 이포, 이포에서 서래와 해준은 다시 마주친다. 이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무진과 상당히 유사한 면을 보인다. 무진기행 속 무진은 일상과는 다른 곳이다. 안개에 덮힌 무진은 몽환적이고 일탈을 꿈꾸게 하는 곳이다. 이포 또한 그런 곳이다. 작중 서울에서의 해준은 ‘내가 여자에 미친 사람같아 미쳐버릴 것 같다’고 하며 서래를 애써 덮어주며 떠나지만 이포에서는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서래를 찾아나선다. 무진기행과 헤어질 결심 모두 현대인의 지친 삶과 외도가 주 소재이지만 일상으로의 회복이냐, 사랑으로의 도피이냐의 차이인 것이다.


(2) 안개 뿐만 아니라 뚜렷히 감독의 의도가 보이는 미쟝셴은 ‘물고기’이다. 물고기는 잠 잘때 눈을 감지 않는다. 때론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물고기는 해준을 나타내는 미쟝셴이다. 늘 충혈된 눈, 잠들지 못하면서 남을 의심하는 그.. 그래서 처음 서래를 믿고 서래에게 빠져들 때에는 부하직원에게 한 소리를 듣는 와중에도 초밥을 준다. 물고기인 자신의 살점을 내어줄 정도로 서래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후에 서래에 대한 의심이 가득찰 땐 식어버린 핫도그를 주어버린다. 그리고 정면을 보지 못하는 물고기. 해준은 마지막까지 서래를 찾지 못한다. 바로 앞에 있는 서래를 볼 수 없고 계속 이상한 측면만을 바라보고 바다를 향해 달린다.


(3) 또 하나의 매력적인 감상포인트는 올드보이가 제작될 시기에 네이트온과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이 신기술이었고 그걸 적극 영화에 활용했다면, 이번엔 아이폰과 어플리케이션, 시리를 활용하는 모습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가끔 나는 구시대의 향수에 젖어있지만 지금의 기술 또한 후대에는 향수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던져준다.


(4) 원전은 완전 안전하지만 해준의 아내는 완전히 바람 맞혀진다. 해준의 바람이 들통나는 것은 자라에 물리는 시점과 상당히 유사한데, 중국에서는 자라가 색욕과 외도의 상징이란다. 이건 중요한 미쟝셴은 아니고 알고보면 재밌는 정도.


(5) 내가 좋아하는 한국 영화의 특징은 ‘편향’에 대한 주의를 주는 영화이다. 헤어질 결심 또한 그렇다. 서래를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해준. 부처의 제자 ‘아난다’의 마지막 질문처럼 사람들은 모두 믿고 싶은 것만 믿는데 어떻게 해야하냐는 의문에 감독은 ‘그럼에도 사랑하라’라고 답하는 것만 같다. 이런 점에서 내 기준엔 상당히 불교적인 영화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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