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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그루 Apr 28. 2024

(4) 1번 트랙

어그로를 끌어라, 주제를 담으면서.

(1) 앨범을 들을 때 본인만의 기준이 있는가? 나는 일단 1번 트랙이 무조건 좋아야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앨범 또한 하나의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글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두괄식 서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2) 이러한 맥락에서, 코로나 시절 방구석 슈게이저들의 앨범들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weatherday의 come in이었다. 자기 앨범 안으로 들어오라고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니. weatherday의 곡이 노이즈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때부터 폭력적이고 폭발적인 노이즈 음악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3) 그러던 와중 더욱 귀를 사로 잡았던 것은 진리슈프림의 I am not shinzo abe였다. 

https://youtu.be/urf4-iz8MdM?si=LNTkuVrhVGMmpeX7

세상 모든 것에 관심없어보이는 앨범커버

소음에 가까운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가사와 멜로디. 뒤에 물처럼 흘러가는 스캣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come in과 I am not shinzo abe에서 이유 없는 [옛날 디지털 향]이 느껴졌다. 이것은 아날로그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이 느낌을 강화하고자 내가 느끼는 감정을 조금 더 들여다보았다.


(4) 웨더데이가 알아주는 오타쿠라는 것은 포스트락 리스너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웨더데이의 인터뷰에 따르면 게임 페르소나에서 느낀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는 기분을 담고 싶었다고 했는데, 이를 증명하듯 전체적으로 게임 곡 같은 분위기가 있을 뿐 아니라 마지막엔 페르소나 게임 소리까지 샘플링을 한다.


'미지의 공간 탐험'이라는 느낌. 이 느낌이 내가 이 두 곡에서 느낀 감상이다. 이러한 느낌을 또 언제 느꼈더라? 가장 처음 느낀 건 역시 어릴 적 디지몬 어드벤처를 봤을 때다. 

전설의 21화

요즘의 잘파세대들은 오히려 오프라인 공간을 신기하다고 여긴다고 한다. 하지만 나와 같은 20대 후반 사람들은 분명 디지털 공간에 대한 설렘과 얕은 공포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느낌을 꼭 1번 트랙에서 주고 싶었다. 우리 앨범이 미지의 공간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


(5) 이를 강화하고자, 가장 먼저 크게 시도했던 것은 "게임 음악 듣기"였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게임 음악은 영화음악과 더불어 음악의 '직관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분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영화음악과는 다르게 게임음악은 기본적으로 '루프'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곡들이다. 고로, 반복 되어도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장면을 묘사하는 말도 안 되는 양가모순적인 가치를 지녀야 하는 것이다.


이 분야의 대가. 동인 음악의 전문가 'Water Flame'을 많이 들었다. 또한 sungazer의 음악도 많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곡 제목이 'Seqeunce Start'이다. 나는 디지털 공간에서 무언가가 시작되는 느낌을 꼭 주고 싶었다. 

sungazer

(6) 결국 실패했지만 여성 기계음으로 보컬을 하고 싶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이런 음악들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랜스젠더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성적인 느낌이 더욱 이들의 음악을 신비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무튼.. 결국 기술적 문제로 앨범 발매 직전까지 고민하다가 보컬을 뺐다.


(7) 앨범의 주제를 담기 위해서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꺼냈다. 이를 성경과 묶기 위해, 구약 신약 신화 책을 다시 읽었었다. '목자는 고독하다'는 내용이 성경에 있었는데, 목자라는 어감이 우리 밴드 이름과도 맞고 또한 성경적인 느낌을 은유적으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8) 정리하자면

1) 인트로 같은 곡

2) 낡은 디지털 소리

3)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담고자 많은 시도를 했다.


솔직히 혹자는, 이게 무슨 잡탕 곡이냐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AI로 딸깍. 하면 모든 걸 만들 수 있는 시대에서, 이제는 서로 달라보이는 것들을 연결하는 것이 새로 나아가야하는 지평이라고 본다. 타란티노는 그것을 이미 30년 전에 했던 것이고. 타란티노이즘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창작을 하는 데에 있어 타란티노의 철학을 추종하는 나로써는 이 음악 또한 동일한 맥락의 시도였다.


(9) 도움을 받은 음악들

Weatherday - Come in

Xinlisupreme - I am not shinzo abe

Stomach book - Are you Waiting?


Waterflame - Final Battle

Sungazer - Sequence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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