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포스 신화를 바탕으로
(1)
그리스 로마신화를 보면 신에게 대든 죄로 무한의 형벌을 받는 시시포스라는 인물이 있다. 나는 인것이 인간의 삶을 투영했다고 생각한다.
가끔 삶을 살다보면 무한한 고통의 굴레에 빠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예시가 좋을까? 나는 체력은 좋은 편인데, 건강은 좋지 않은 편이다. 건강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하다보면, 이미 내 삶이 무한한 망가짐의 굴레에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강제적인 휴식이 필요한 몸은, 노동의 강도 및 시간을 남들보다 줄이는 것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미 3트랙으로 삶을 살고 있는 마당에 이것은 어불성설에 해당된다.
이미 '건강 회복 - 노동의 강도 조절'이라는 굴레에 빠져버린 것이다. 가끔 삶과 자신의 처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다보면 끝없는 허무감에 빠질 때가 있다.
(2)
시시포스 신화는 한 가지 시사점을 더 담고 있는데, 바로 '자만'에 대한 경계다. 시시포스는 지혜로운 인물로써 신들의 권위의 도전하다가 영원한 형벌을 당한다. 나는 요즘 시대에서 가장 큰 고통의 원인은 '너무 많이 안 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가 넘은 지식은, 자신의 자아를 비대하게 만들며 이는 이상을 더욱 부풀리고 현실을 간과하게 만든다.
(3)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귀에 들어왔던 곡은 바로바로~
조영남 선생님의 '물레방아 인생'이었다.
사실 이 곡은 CCR의 Proud Mary를 번안한 곡이다.
그렇지만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을 끝없이 반복하는 이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후반부의 표현은 오로지 조영남의 노래에서만 찾을 수 있다.
여담이지만 조영남 선생님, 논란도 많은 인물이지만 무려 그린데이가 조영남 선생님의 곡을 표절했다...
이 점을 우리 곡에도 갖고 오고 싶었다. 하지만 알다 시피 조영남 선생님의 곡은 현대적으로 듣기에는 굉장히 올드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가 이 곡의 과제였다.
(4)
첫 번째 장치는 송폼의 자유자재 활용이었다.
애초에 내가 코드도 화려하게 못쓰고, 리프도 화려하게 못짜기 때문에 내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송폼이었다. 불필요한 빌드업을 최소화하되, 조금이라도 지루해질 법한 부분을 점검하며 그 지점마다 새로운 장치들을 넣어놨다. 오히려 이런 시도가 '정신없네'라는 곡의 분위기와 일맥상통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장치는 뒷부분의 아이디어를 현대적으로 바꾸고자 슈게이징 장르 장치를 많이 차용했다. 예를 들어 하드패닝을 주고 스테레오 단에 페이저를 걸어서 꿀렁꿀렁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이러한 도전이 조영남 선생님의 시도를 본받으면서도 최대한 요즘 시대에 맞게 변화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Y.M.O의 특이한 신스들도 큰 도움이 됐다.
(5)
여담이지만 후렴에 들어가는 리프를 짜고자 공진과 5개월간 씨름을 했는데, 결국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3절 리프만큼은 정말 발군의 리프라고 말하고 싶다. 곡의 느낌과도 맞고, 적절한 노트의 사용이 정말 감동적일 정도로 잘 만들었다.
(6) 도움이 됐던 음악
Yellow Magic Orchestra - Solid State Survivor
혁오- Graduation
Creedence Clearwater Revival – Willy And The Poor Bo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