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듣다] - 통역과 번역에 의존하는 국제뉴스
2019년 6월 한국에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한 이틀째 첫 일정으로 숙소인 서울의 한 호텔에서 경제인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참석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대로 이들에게 적극적인 미국 투자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가리키며 "미국에 3조60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고 치켜세웠다. 이날 여러 언론에서 "롯데그룹에 각별한 애정 보인 트럼프"라는 내용의 기사가 줄줄이 쏟아졌다.
그런데 현장 영상을 직접 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애정을 표현한 한국 기업은 두 군데가 더 있었다. 그런데 동시통역사가 급히 통역을 하느라 세 기업 중 두 곳은 생략하고 롯데만 언급을 한 것이다. 전체적인 뜻을 급하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누락이었다.
결정적인 문제는 한국 기자들에게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다시 들어보지 않고 동시통역사의 말만 받아서 옮겨 적은 것이었다. 나중에 이 두 기업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미국에 큰 투자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을 했는데도 기사가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스스로 해명자료를 만드는 것도 ‘웃픈’ 상황이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자들이 외신을 잘못 번역해서 오보를 내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이처럼 번역이나 통역을 그대로 받아쓰고 원문을 확인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오류도 잦다. 국제부 기자를 하려면 반드시 원어민 수준으로 외국어를 잘 할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원문을 확인하고 오류가 없는지 검증하는 절차만큼은 지켜야 한다.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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