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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환 Jul 20. 2021

실력 있는 기자는 국제노동기구를 보고 손흥민을 떠올린다

39. [쓰다] - 알아야 하는 내용을 알고 싶게 써야

2019년 5월 22일 보도된 두 방송 뉴스의 앵커 멘트다.     



"국제노동기구의 핵심 협약 비준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려고 했지만 노·사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정부가 직접 나선 것입니다. 그런데 법 개정과 맞물려 있어서 국회 비준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군 면제를 받은 손흥민 선수가 군대를 가야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오늘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정부가 노동권에 대한 몇 가지 기본 규칙을 국제 기준에 맞추기로 하면서 나온 이야기인데, 일단 손흥민 선수가 군대 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그럼 뭐가 달라지는 것인지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전자는 내가 JTBC에서 쓴 기사이다. 지금 다시 읽어봐도 표현이 어렵고 무슨 내용인지 알고 싶지 않게 쓰였다. 후자는 같은 날 다른 방송사 뉴스에 나온 기사 첫머리이다. 기사를 마감해놓고 다른 방송사는 어떻게 썼는지 TV를 보다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왜 손흥민 선수를 떠올려서 기사를 흥미롭게 쓰지 못했는지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국제노동기구의 핵심 협약 비준 문제는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등을 보장하는 중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시청자가 보기엔 어렵고 흥미가 가지 않는 기사다. 이처럼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알고 싶게 쓰는 게 뉴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이를 기사의 흡인력이라고 부른다. 흡인력 있는 기사를 쓴다는 것은 중요한 사안을 흥미롭게, 시민의 삶과 관련 있는 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다. 기사의 흡인력은 디지털 환경에서 더 중요해졌다. 고양이 사진이나 연예인 관련 뉴스가 범람하는 속에서 시민이 꼭 알아야 할 기사가 선택 받기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사의 주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나 중요한지는 시민이 기사를 선택하는 기준에서 상당히 멀어졌다. 심각한 기사일수록 시민의 삶과 관련 있게 어떻게 가공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게다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기사 포맷도 개발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독자의 시선을 끌 만한 도입부나 형식을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많은 기사의 성패가 여기서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 사례처럼 어렵고 재미없는 주제일수록 기자들의 역량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시민사회 구성원에게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전달할 때는 너무 진지해선 효과적이지가 않다. 저널리즘이 가장 효과적일 때는 심각함과 재미 그 중간에 있을 때라는 점을 어려운 기사를 쓸 때일수록 기억해야 한다.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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