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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환 Jul 31. 2021

신조어를 잘 쓰면 착한 '제목 낚시'도 가능하다

41. [쓰다] - 뻔한 내용을 돋보이게 하는 신조어

2021년 3월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19.5조원이란 역대급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풀어도 불만이 더 늘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푼다는데 남은 받고 내가 못 받으면 화가 나기 마련이다.     


정부는 지원금을 풀 때마다 택시 기사들에게는 돈을 줬지만 전세버스 기사들에겐 안 줬다. 한두 번도 아니고 3번이나 차별이 반복되자 전세버스 기사들은 화가 날만큼 나 있었다.      


농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농민들에게 지원금을 안 주면서 "피해 규모를 측정하기 어려워서"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똑같이 피해 규모를 측정하기 어려운 노점상인들에겐 지원금을 준다고 하니 분노가 폭발했다.


이런 내용의 정책 기사를 쓰려 하는데, 뭔가 허전하다. 정책 내용과 부작용을 짚는 기사는 재미가 없는 게 문제다. 이대로 썼다간 조회 수가 별로 나오지 않을 게 뻔하다. 알아야 하는 내용을 알고 싶게 써야 하는데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차별 받는 분노를 어떻게 흥미롭게 표현할 수 있을지 둘러보니, 요즘 '벼락 거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었다. '벼락 부자'란 말과 반대로, '벼락 거지'는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풀면서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 자산 가격이 치솟은 결과 자산이 없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것을 풍자하는 말이다. 여기에 벼락 거지를 변호해줄 심리학 용어도 끌어왔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란 말인데, 대세에서 자신만 소외되고 있단 생각에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이다.     



제목을 <"19.5조 푸는데 왜 난 안줘" 지원금으로 번진 '벼락 거지' 분노>라 달았더니, 정책 기사가 이례적으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다. 댓글엔 졸지에 벼락 거지가 된 사람들의 분노가 줄줄이 적혔다. 기사의 반향이 커지면서 정부와 여당은 결국 4차 재난지원금을 받는 대상에 전세버스 기사와 농민을 추가시켰다. 신조어를 잘 이용하면 이렇게 바람직한 방향의 ‘제목 낚시’도 할 수 있다.



착한 낚시는 역시 조승우가 제일...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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