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생각하다] - 저널리즘과 기자의 현실
저널리즘과 기자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면 현실 인식부터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시민들은 언론사와 기자가 뉴스 생산을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반대로 기자들은 그 환경이 아주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쉽게 말해서 기자와 언론사가 기사를 안 쓴다고 정보가 돌지 않는 시대는 끝났다. 기자의 경쟁자로 유튜버가 떠올랐고, 포털 네이트의 '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등도 있다. 공공기관과 정치인도 더 이상 보도자료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직접 SNS를 운영하면서 시민과 직접 소통한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을 올리면 기자들이 이를 받아쓰는 일은 이제 일상적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등은 아예 알림 설정을 해둬야 할 정도로 중요했다.
기성 언론들이 모두 없어지고 유튜브 채널만 남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미 누군가의 뉴스 환경은 이렇게 변했다. 유시민 작가의 알릴레오, 홍준표 전 대표의 홍카콜라 등 각자의 입맛에 맞는 방송만 골라 듣는 환경이다. 그런데 정치인이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환경인데 정보의 유통이 더 투명해지고 균형이 잡혔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2018년 12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정부의 비위 의혹을 폭로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의 인사에 개입하고, 국채 발행을 강요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라 청와대가 발칵 뒤집혔다. 그런데 기자들이 놀란 건 폭로의 방식이었다.
그동안 이런 폭로는 언론사를 통해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신문 1면에 폭로 인터뷰 기사가 실리면 그날부터 사실을 확인하는 경쟁이 들어가는 식이다. 그런데 신재민 전 사무관은 어느 언론사와의 기획도 없이 혼자서 유튜브에 이 내용을 녹화해 올렸다. 화제가 되면서 언론들은 폭로 영상 내용을 뒤늦게 받아쓰기 바빴다. 그 뒤 유튜브는 언론사 없이도 폭로를 하는 일반적인 통로가 됐다. 언론사는 과거 폭로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받아쓰는 입장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과거 언론사에 제보하던 시민들은 이제 국민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이곳에서 여러 시민의 동의를 받아 노출되는 사연을 기자들이 보고 기사로 옮겨 쓰는 방식이다.
이렇게 더 이상 기자와 언론사를 거치지 않고도 정보가 돌아다닐 수 있게 뉴스 환경은 변했는데 기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아직도 많은 기자와 언론사가 자기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정부 부처에 출입하면 출입기자단이란 게 있다. 출입기자단 소속 기자들이 정부의 보도자료를 먼저 받아서 보도 시점을 정한다. 때론 시민에게 알려야 할 정보가 기자단의 편의를 봐주거나, 정말 어이없는 이유로 늦춰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금요일 오후에 나오는 보도자료는 일찍 퇴근을 해야 하니 주말용이나 다음 주 월요일 아침용으로 바꾸자는 식이다. 이런 악습은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출입처에서 출입기자단이 정보 통제권을 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기자와 언론사가 굳이 필요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필요하다. 그 이유는 뒤에서 이야기 해보려 한다.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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