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민정수석이 기자를 째려본 그날 이야기

06. [찾다] - 평소와 다르게 보이는 변화를 찾아라

by 송승환

수습 기간을 무사히 마친 나는 사회부 법조팀 막내로 자리를 잡았다. L선배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기자실에서 매일 어깨를 움츠리고 지냈다. 2016년 11월 6일 일요일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에 출석하는 날이었다. 가족회사 '정강'의 돈을 횡령한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여느 때와 달리 출근을 하는데 중앙지검 정문에서 방호원이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서로 아침 인사를 하는 얼굴이 익숙한 사이였지만 철저하게 가방 검사까지 했다. 주변을 보니 10명 남짓한 방호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민단체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소환에 맞춰 집회를 하려는 걸 막으려는 듯 했다. 이미 민간인이 됐지만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권세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 전 수석을 맞이하는 검찰은 전날부터 반응이 평소와 달랐다. 주요 수사 대상을 시민들의 관심이 적은 일요일에 소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마저도 전날에야 갑자기 알렸다. 기자단이 공개 소환인지 묻자 "검찰은 출석 방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남의 일 하듯이 답했다. 보통의 피의자는 출석 시간과 장소, 방식 등을 검찰이 기자단에게 구체적으로 알린다. 당시 검찰의 수사공보준칙에 따라서도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였던 경우 수사와 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공개를 할 수 있었다.


오전 10시 포토라인에 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한 기자에게 레이저 눈빛을 발사하면서 "검찰에서 성실히 조사 받겠다"는 형식적인 대답만 남겼다. 그가 청사 입구로 들어서자 기다리던 방호원들이 즉각 문을 닫아서 취재진이 더 이상 따라붙어서 질문하지 못하게 했다. 다른 피의자가 과거 검찰에 출석할 땐 없던 일이었다. 철저하게 검찰이 검사 선배를 예우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얘기를 이날 점심 식사를 하면서 법조팀 선배들에게 말하자 칼럼으로 하나 쓰자는 제안이 나왔다. 평소와 다른 검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거다. <[취재일기] 검찰의 우병우 예우…수사도 그렇게 하나>는 이렇게 쓰게 됐다. "이날 검찰의 예우를 보면서 조사실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대할지 상상해 보았다. 민정수석 자리에 있었을 때 왜 그리 조사를 머뭇거렸는지도 이해가 간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수사팀의 수사 결과를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게 끝을 맺었는데, 조사실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조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곧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 <조선일보> 1면에는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창밖을 바라보는 우 전 수석과 옆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서 있는 검사의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있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황제 조사는 이렇게 예고 없이 찾아오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변화가 전주곡처럼 들린다면 더 큰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지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다.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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