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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Nov 29. 2024

그가 걸어온 길

그가 상처를 주는 이유 1

남편은 어렸을 때 거의 혼자 지냈다.


남편은 남동생이 둘 있는데,

두 명의 동생들이 모두 축구를 하는 탓에

부모님이 밤낮으로 바쁘셨다고 한다.


본인도 축구를 계속하고 싶었는데

두 쌍둥이 동생들이 갑자기

진지하게 축구선수를 하겠다고 하니

힘드실 부모님을 위해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자신의 꿈은 속으로 삼켰다고 한다.


지금도, 자신이 다시 태어난다면

축구선수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걸 보니

마음속에 꽤나 응어리 진 꿈인 듯하다.


직장 생활하시며 퇴근 후에는 친구분들과 저녁 늦게까지 시간을 보내셨던 아버지,

호프집을 운영하셔서 자정 넘게 들어오셨던 어머니.

동생들은 축구부로 기숙사 생활을 하니

텅 빈 집에 항상 남편 홀로 있었다 한다.


집에 있는 반찬 꺼내 밥 차려 먹고,

아니면 혼자 라면 끓여 먹고,

컴퓨터 게임하고, 친구들 만나러 가고,

혼자 준비물 챙기고, 숙제하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누구 하나 깊은 속마음 나눌 사람 없이

그렇게 홀로 지냈다고 한다.


누군가 차려주는 밥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남편의 현재 꿈은 한식 요리사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게,

그게 그렇게 좋다고 한다.



남편은 자신이 살아온 모든 것을 혼자 결정했다.


진로를 정할 때도, 대학교를 진학할 때도,

의무 부사관을 결정할 때도,

심지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때도.


오롯이 선택은 스스로 했다.

그 누구의 조언이나 간섭도 없었다.


남편은 스스로 일군 인생이 꽤나 자부심이 있었고,

자신이 겪은 경험과, 살아온 삶의 방식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남편의 첫 연애 상대인,

나를 만나기 전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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