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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Nov 28. 2024

매일 아내 몰래 혼자 야식 먹는 남편

고통스러운 내 안의 상처들 5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내 자취방에서의 일이다.


나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때 띵동- 현관문 벨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우리 외에 더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나는 당황스러워 얼른 방에 있던 오빠를 불렀다.

오빠는 서둘러 나가더니

손에 치킨 한 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그러고서는 하는 말,


“치킨 시켰는데, 먹을래?”


나는 더 당혹감에 빠졌다.

응? 우리 하루종일 같이 있었는데….


분명 나와 함께 있을 때 주문을 했다는 말인데,

그때…. 미리 말해줄 수는 없었을까?


무슨 기숙사 룸메이트도 아니고,

같이 데이트하는 날에 저녁식사를

일방적으로 치킨을 시켰다는 게

이해가 도무지 되지 않았다.


나는 오빠에게 황당함을 표현하며

서운함을 내비쳤지만

오빠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해했다.


그 후로도 치킨과의 전쟁은 계속되었다.


남편은 ‘B** 핫후라이드 치킨’을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입덧 때문에 냄새가 싫다고 해도

기어코 시켜 먹기도 했다.


밤에 그 치킨을 몰래 혼자 먹는 일도 많았다.


내가 친구들 만나느라 늦게 오는 날이나,

나 없이 남편이 도맡아 아이들을 본 날에는

보상처럼 야식으로 꼭 그 치킨을 혼자 시켜 먹곤 했다.


어느 날은 내가 안방에서

아이들을 재우다 같이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아직도 남편이 옆에 없는 게 아닌가


혹시 왔나 싶어 밖에 나가보니

남편이 첫째 방 앞에서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일어났네? 내가 좀 치우고 잘 테니 먼저 자~ 피곤하겠다.”라고 말했다.

“응…” 하고 들어가려는 순간 느껴지는 싸한 기운.


남편이 이 시간에 들어와서 집을 치운 역사가 없는데…?


혹시나 싶어 첫째 방에 후다닥 들어가 보니 역시나.

그 b** 핫후라이드 치킨을 혼자 먹고 있었다.


아니, 먹는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내가 일어났으면 같이 먹자고 하던가

집 치운다고 거짓말해 가면서 나를 돌려보낸 게

너무 황당하고 서운했다.


남편의 혼자 먹는 행동은 치킨뿐만이 아니다.


매일 퇴근 후 편의점에 들르는데

본인 먹을 간단한 야식 1인분, 소주 1병을 사 온다.


나도 술 마실 수 있는데

나도 맥주 한 잔 하고 싶은데

꼭 본인 먹을 것만 사 온다.

내 것 좀 사다 달라고 해도

다음날이면 까먹고 본인 것만 사 온다.


남편은 퇴근 후, 아이들 재우고

밤에 혼자 야식 먹는 그 2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꼭 지킨다.


취미 없는 남편의 유일한 낙인가?

나는…. 남편의 휴식처는 되어주지 못하는구나.


뒷맛이 씁쓸하다.


혼자가 행복한 사람을

내가 억지로 붙들고 사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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