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내 안의 상처들 5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내 자취방에서의 일이다.
나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때 띵동- 현관문 벨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우리 외에 더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나는 당황스러워 얼른 방에 있던 오빠를 불렀다.
오빠는 서둘러 나가더니
손에 치킨 한 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그러고서는 하는 말,
“치킨 시켰는데, 먹을래?”
나는 더 당혹감에 빠졌다.
응? 우리 하루종일 같이 있었는데….
분명 나와 함께 있을 때 주문을 했다는 말인데,
그때…. 미리 말해줄 수는 없었을까?
무슨 기숙사 룸메이트도 아니고,
같이 데이트하는 날에 저녁식사를
일방적으로 치킨을 시켰다는 게
이해가 도무지 되지 않았다.
나는 오빠에게 황당함을 표현하며
서운함을 내비쳤지만
오빠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해했다.
그 후로도 치킨과의 전쟁은 계속되었다.
남편은 ‘B** 핫후라이드 치킨’을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입덧 때문에 냄새가 싫다고 해도
기어코 시켜 먹기도 했다.
밤에 그 치킨을 몰래 혼자 먹는 일도 많았다.
내가 친구들 만나느라 늦게 오는 날이나,
나 없이 남편이 도맡아 아이들을 본 날에는
보상처럼 야식으로 꼭 그 치킨을 혼자 시켜 먹곤 했다.
어느 날은 내가 안방에서
아이들을 재우다 같이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아직도 남편이 옆에 없는 게 아닌가
혹시 왔나 싶어 밖에 나가보니
남편이 첫째 방 앞에서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일어났네? 내가 좀 치우고 잘 테니 먼저 자~ 피곤하겠다.”라고 말했다.
“응…” 하고 들어가려는 순간 느껴지는 싸한 기운.
남편이 이 시간에 들어와서 집을 치운 역사가 없는데…?
혹시나 싶어 첫째 방에 후다닥 들어가 보니 역시나.
그 b** 핫후라이드 치킨을 혼자 먹고 있었다.
아니, 먹는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내가 일어났으면 같이 먹자고 하던가
집 치운다고 거짓말해 가면서 나를 돌려보낸 게
너무 황당하고 서운했다.
남편의 혼자 먹는 행동은 치킨뿐만이 아니다.
매일 퇴근 후 편의점에 들르는데
본인 먹을 간단한 야식 1인분, 소주 1병을 사 온다.
나도 술 마실 수 있는데
나도 맥주 한 잔 하고 싶은데
꼭 본인 먹을 것만 사 온다.
내 것 좀 사다 달라고 해도
다음날이면 까먹고 본인 것만 사 온다.
남편은 퇴근 후, 아이들 재우고
밤에 혼자 야식 먹는 그 2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꼭 지킨다.
취미 없는 남편의 유일한 낙인가?
나는…. 남편의 휴식처는 되어주지 못하는구나.
뒷맛이 씁쓸하다.
혼자가 행복한 사람을
내가 억지로 붙들고 사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