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내 안의 상처들 4
나는 남편과의 관계가 혼란스러웠다.
우리는 사이가 좋은 것도, 좋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서로 애정표현은 사라진 지 오래고
서로에 대한 의무만이 남았지만
또 마냥 냉랭한 관계는 아니었다.
그런 건 다 차치하고서라도
다시 싸울까 봐, 그게 제일 힘들었다.
우리의 싸움의 강도는 점점 더 커져서
서로가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고
울며 물건을 부수고
욕하고 비난하고 저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다음에 또 싸우게 된다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남편을 차마 죽일 수 없으니
남편 보란 듯이 창문으로 달려가 뛰어내리리라.
넌 내가 죽는다 해도 말리지 않을 거지만
평생 그 순간을 자책해며
자신을 용서하지 말고 살길.
그래서 부부상담을 요청했다.
살기 위해서. 살고 싶어서.
마침 재난지원금이 나와서 금전적인 부담도 없었다.
나는 상담을 공부했었고,
또 상담을 통해 고민이 해결됐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번에도 상담이 우리 부부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리라 기대했다.
또, 이 또한 극복해 낼 나 자신을 믿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은 달랐다.
남편은 부부상담에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효과가 없을 것이며, 시간 낭비일 것이라 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내 부탁을 들어줬고,
우리는 마침내 부부상담 날짜를 정할 수 있었다.
우리의 부부상담은
상담사로 근무하는 내 친구의 상담센터에서 이루어졌다.
그곳의 소장님이 우리 부부의 상담을 진행해 주셨다.
나는 친구가 있는 상담센터라 안심이 되었고,
그것이 부부상담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남편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남편은 내 친구가 근무하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신뢰할 수 없었고,
이미 자신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있을 거라 여겼으며,
옆에서 듣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리고 상담의 내용이 모두 내 친구에게
공유가 될 것이라고 여겼다.
남편의 그러한 마음상태는
상담사에게도 여실히 드러났다.
상담사가 “오늘 오시는 길 어떠셨어요?”라고 물으면
“제가 그것을 꼭 말해야 하나요?”라고 말했다.
남편의 태도는 시종일관 공격적이었다.
그 자리에 앉아있었을 뿐, 전혀 마음을 열고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남편은 나에게 말했다.
“네가 상담을 원하니 내가 맞춰준 것뿐,
나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 고.
남편의 적개감은
모유 사건을 언급한 이후로 더 심해졌다.
급기야 부부싸움 때 이런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가 상담을 신청한 이유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흉보기 위함이며,
공개적으로 자신을 망신시켜서
모유 사건에 대해 사과받기 위함이었다고.
상담은 효과가 없으며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이제 남편은 부부싸움 할 때마다
상담에서 있었던 일들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상담 때 내가 했던 말들을 언급하며 비아냥대고
거 보라고 내가 효과 없을 거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자신의 말이 맞았고 내 생각은 틀렸다고 한다.
나는 너무나도 후회가 됐다.
또 하나의 책 잡힐 거리를 만들었음을.
상담을 통해 뭔가 변할 거란 나의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들이었다.
쓰라린 상처들이 가슴을 후벼 판다.
아, 내가 스스로 내 무덤을 팠구나.
다시 올라올 수 없을 것만 같은
깊은 구렁텅이에 빠진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