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가 끝나고 난 뒤
회사에 입사하고는 배워야 할 업무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다른 생각 없이 회사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점차 회사생활이 몸에 익기 시작하자 회사 밖의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태해지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했어요.
"관심사도 하고 싶은 일도 늘 많은 내가 왜 이렇게 변했지?" 하고 질문하다 보니 일이 제 자신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일이 끝나고 난 후에도 마음껏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글을 쓰고, 책을 보며 나만의 커리어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업무 시간도, 그 외 시간도 더 활기차고 자유로워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 시간에 도움이 된 책, <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를 읽고 마음에 와 닿았던 구절들과 저의 생각을 함께 기록해봅니다. 직장인이라면 꼭 한번 생각해볼 '회사'가 아닌 '나'의 커리어에 대한 질문이 시작됐다면 책을 읽어보시거나, 진지하게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추천드려요.
일의 세계를 하나의 ‘거친 바다’라고 봤을 때, 누군가는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튼튼하고 호화로운 배에 탑승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반면 다른 누군가는 좋은 배에 타는 대신 훌륭한 서퍼가 되어, 어떤 파도가 오더라도 그 파도에 올라타 즐길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
<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안정적인 직업에 들어가 평생을 일하는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그 말에 동의합니다. 물론 예외가 있겠지만, 일은 다양해지고 취미를 본업으로 변화시키는 사람들, 새로운 방식의 일이 만들어지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고로 직업을 바라보는 것이 사람의 본성을 더 잘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양한 관심사와 재능을 가졌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저는 누군가를 묘사할 때 나이, 성별, 학교, 직업의 레퍼토리는 제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0살, 여자, 대학생이야" 보다 "저 친구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다양한 사람과 잘 어울려. 긍정적이지만 생각이 깊고, 사회의 부조리함에 시선을 두기도 하는, 맥주를 좋아하는 친구야" 하고 말하는 것이 한 사람을 더 온전히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책에서는 일의 세계에서 안정적인 배에 타려는 사람이 있고, 그 대신 파도를 타는 서퍼가 있다고 표현합니다. 일이라는 바다 위에서 다양한 모습의 파도를 자유재재로 타는 서퍼는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나아가는 사람 같습니다. 그렇기에 서퍼가 되고 싶습니다.
우리가 가진 다양한 관심사와 재능을 잊지 않고 파도를 가르는 직장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업무를 기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기에 하는 것은 싫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문을 활짝 열고 협업하고,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것에 눈을 반짝이는 태도가 좋습니다.
회사와 회사 밖에서의 일상이 온통 컴포트 존 안에서만 굴러가고 있다면, 약간만 변주를 줘보자. 낯선 의견, 새로운 사람, 처음 해보는 문화생활, 필요하다고 생각만 하고 미뤄뒀던 무언가. 새로움 가까이로 엉덩이를 슬쩍 옮기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불편과 영감 속에서 내가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한번 지켜보자. 나도 모르는 새에 내가 지나치게 고집하거나 고수하고 있는 패턴, 습관 같은 게 있지는 않은지, 익숙하고 편한 것을 좋고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낯선 도전을 하는 경험은 두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두 번 해보고 나면 점점 쉬워집니다. 도전을 통해 새로운 영감이나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다면 더더욱이요.
이 책은 반복되는 일상과 업무에 안주하기 쉬운 직장인에게, 조금만 몸을 돌려보라고 조언합니다.
저 역시 일이 끝나면 다른 액티비티를 합니다. 컴퓨터를 계속 응시하고 머리가 계속 일하기 때문에, 요가와 명상을 선택합니다. 몸을 이완하고 마음을 비우는 고요한 시간입니다.
또 어떤 주말에는 몇 시간을 내어 생소해 보이는 미술관에 들어가 본다든지, 접해보지 않은 플라잉 요가를 도전해보는 것, 또 경제 입문 서적을 펼쳐보기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해보고 싶었던 사소한 도전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다채로운 하루를 살아가고, 일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만듭니다.
연차나 경력 같은 것은 시간이 흐르면 누구에게나 쌓이는 것이지만, 지속적으로 유능하고 유연한 사람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내가 부단히 노력하고 의식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잘 해낸다고 쌓이는 능력도 아니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동시에 자신이 가진 역량이 어디에서 어떻게 발휘될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하고, 때로는 위험부담이 따르더라도 내 직무 역량을 늘리고 변화의 흐름에 타기 위해 주기적으로 과감한 실험이나 도전을 해볼 필요가 있다.
<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시간이 흐르면 연차는 누구나 쌓이지만 나만의 경쟁력은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있다는 말이 무게감 있게 다가옵니다. 내가 무엇에 집중하고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그렇다면 일을 하는 동안에는 어떤 도전을 할 수 있을까요?
회사 사람들과 대화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지 않은 디자인의 세계나 마케팅 전략 등을 알아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어쩌면 관심을 가지고 건넨 질문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또, 완벽히 준비되지 않았지만 배울 것이 많아 보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한번 해보겠다고 선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때가 많고, 주로 해보면서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르게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라는 것을 요즘 새삼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역량을 고민하고 키워나가며, 주기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봄으로써 나의 역량의 넓이를 넓혀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 모두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일터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 중에서도 내가 가진 장점을 유독 잘 알아봐 주고 나를 믿어준 사람을 유심히 기억해두었다가 용기를 내어 다가가 보자. 그는 같은 팀이 아닐 수도,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아이디어를 털어놓을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쩐지 새로운 시도를 응원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눈에 띈다면,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강점을 알아봐 주고 내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끔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직장에 구애받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두기를 권하고 싶다. 용기를 주는 사람, 그리고 함께 가치를 만들 사람. 이 둘을 찾기 위한 레이더망은 언제 어디서든 켜 두고 있는 것이 좋다.
<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사람은 참 신기해서, 진심으로 나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응원하는 사람을 알아봅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 말고, 진심으로 응원의 마음을 가지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습니다. 그런 동료가 주는 힘은 대단합니다. 성장하게 하고 조금 두렵지만 도전해볼 만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합니다.
내가 속한 곳이 어디든지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다른 동료에게 나 역시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Cover photo by Floriane Vit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