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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 Mar 21. 2021

진민영, <내향인입니다>

내향인을 위한 에세이

Photo by Sasha  Freemind on Unsplash

01.


혼자만의 행복한 시간 


내가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 대부분은 홀로 지낸 시간들이다. 목적 없이 버스에 올라타 음악을 들으며 이동할 때, 사람 없는 조용한 카페에서 말없이 글쓰기에 몰두할 때, 방학 기간 인적 드문 도서관을 찾아 창가 자리에 앉아 읽고 싶었던 책을 가득 쌓아놓고 읽을 때, 서점에서 여유 있게 책 구경을 할 때, 읽은 책을 곱씹으며 정리된 생각을 노트에 차분히 적어 내려갈 때, 희미한 촛불을 켜놓고 따뜻한 물로 적막 속에서 샤워를 할 때,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한 뒤 잔잔한 영화 한 편을 볼 때... 꽃이 있고 나무가 있고 바람이 잔잔하게 불어오는 한적한 자연 속을 걸을 때 등등 정적 속에 혼자 있었던 모든 시간들이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이다. 

진민영, <내향인입니다> 중


이렇게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 사람이 또 있다니 하고 반가운 마음을 내보이고 싶은 작가를 만난 것 같습니다. 제가 행복했다고 여기는 시간들을 살펴보면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이었음을, 그 안에서 몰입감 있게 무언가를 소화해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혼자이기 때문에 다채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할 때 조율해야 하는 점이 없기에, 자기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으로 시간을 채울 수 있습니다. 가령 공원을 산책하며 새 지저귀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거나 매력적인 책에 흠뻑 빠져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책장을 넘기는 것들 말이에요. 


이런 것들은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하루의 곳곳에 채워 넣으면 그 힘을 발휘합니다. 잠깐 나만의 시간이 하고 있던 업무를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 활기찬 모습으로 임할 수 있게 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하지 말아야겠습니다. 



Photo by Samantha Gades on Unsplash


02.


나의 용량을 아는 것 


물건, 정보, 관계, 만남, 생각, 무엇이든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용량만큼만 허용한다. 가치로운 만큼 더 소중하게 지켜내기 위해 늘 적당한 거리를 둔다. 

진민영, <내향인입니다> 중


외부와 소통의 시작은 내부에서 시작합니다. 나는 얼마만큼의 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 지를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만일 모른다면, 용량을 넘어서서 무리하게 만남을 이어가고, 물건을 사들일 것이기 때문이에요. 


나를 파악해가는 과정도 경험입니다. 이 정도까지는 괜찮구나, 이 후로는 힘들겠구나 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서 정말 나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말 나에게 소중한 것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은 큰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걱정이나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주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Photo by Christian Battaglia on Unsplash


03.


사람들 속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사람은 외향인도 내향인도 아닌, 원활한 소통을 위해 깊이 고민하고 시간을 들여 노력한 사람이다... 사교성이 뛰어난 사람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어울리는 시간을 최고로 만드는 사람이다. 혼자가 두려워서 어울림을 선택하거나 어울리는 게 두려워서 무조건 회피해서는 안 된다. 

진민영, <내향인입니다> 중


내향성이 발달된 사람이든 외향성이 발달된 사람이든,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진정성이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을 알고, 스케줄을 꽉꽉 채워 만남을 갖는다고 해서 그것이 깊은 관계를 보장하지 않듯, 소수의 인원이라도 공유한 시간의 농도가 짙을 수 있습니다. 


전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에너지를 빨리 소모해버리는 제 자신이 싫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주어진 용량 안에서 만나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활용하자는 마음을 먹고 나서는 저도 모르는 사이 오래 이어나갈 인연들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매일 만나 수다 떨지는 못해도,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고 가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향적이지만, 사람들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넘쳐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잘 돌보고, 혼자 있는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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