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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 Jun 01. 2023

꽃을 선물 받으며 내게 생긴 변화

최근에 하얗고 두툼한 장미를 선물 받았다. 나는 몇 개월에 한 번씩 다양한 경로로 꽃을 받게 된다. 남편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집에 놀러 온 친구나 결혼식 같은 이벤트로 잊을만하면 새로운 꽃다발이 등장하곤 한다. 얼마나 기쁜 일인지.


우리 집엔 꽃병이 자연스레 많아졌다. 달러스토어에서 몇 개를 구매했고, 선물을 받으며 따라오는 꽃병도 있고, 기다란 캔들 유리잔도 꽃을 담아두기에 안성맞춤이다. 꽃병은 그 모양이 가지각색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투명하고 병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을 선호한다. 그래야 꽃을 넣었을 때, 꽃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지지 않고 한 곳에 모여 가지런하게 정리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투명한 물병은 빛을 받으면 반사되어 몇 배나 아름답다.


꽃이 들어오면 나는 이파리들을 정리하고 떼어낸 후 하루 이틀 정도 맘에 드는 꽃병에 깨끗한 물을 가득 채워 꽃을 담가 놓는다. 꽃병은 때에 따라 내 작업 책상 위에 자리 잡기도 하고, 현관이나 식탁에 놓아지기도 한다. 내 마음 가는 대로 올려놓는다.


그리고 퇴근 후 돌아온 집에 놓여있는 꽃병을 보면 그 익숙한 집 안에 미세한 다름이 흐르고 있음을 감지한다. 물을 무럭무럭 마시며 활짝 핀 꽃이 집 분위기를 이렇게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인가 하고 나는 기쁨에 찬 눈길을 던진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이 꽃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집에 온 지 며칠 안된 것 같은데, 바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물만 바꿔주고 그대로 꽃병에 놔둘 것인지, 아니면 꽃을 매달아 말릴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모든 꽃이 말렸을 때 그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종류는 그저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꽃병에 놔두었다가 보내주어야 하지만, 장미 같은 꽃은 말려놓으면 6개월에서 1년까지도 집안 구석구석 놓아둘 수 있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최대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꽃은 말리고 본다. 주방 매달기 가능한 창문 커튼홀더에 가지런히 꽃을 묶는다. 모아두었던 얇은 끈을 잘라 꽃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묶고, 일주일 정도를 그렇게 나돈다. 남편이 부얶에서 요리를 할 때 꽃향기가 좋다고 하기 때문에 일석 이조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꽃을 조심히 만져본다. 아직 촉촉하다면 시간이 더 필요하고, 빠삭하게 말랐다면 묶음을 풀어도 좋다. 늘 내가 상상한 대로 꽃이 마르지 않는 것은 받아 들어야 한다. 꽃이 펴 있을 때와 마른 후에 색이 변하기도 하고, 너무 아름다웠던 꽃이 달라붙어버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예상외로 너무 아름답게 마르기도 하기 때문에 큰 기대도 큰 실망도 하지 않아도 된다.


마른 꽃들은 잘 부서지기 때문에 조심히 꽃병에 모아 담는다. 어떤 조화로 꽃을 담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또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꽃병이 완성됐다면 새로움을 선사하고 싶은 자리에 둔다.


이런 순서를 따라 우리 집에는 많은 꽃병이 탄생했다. 그리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일 년이 지나가 색이 바래져 곧 보내주어야 하는 꽃병이 요즘은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마음 한편이 아쉽다. 그렇지만 새롭게 받은 꽃다발이 지금 글을 쓰는 내 앞에 활짝 물을 머금고 펴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조금은 익숙해져 버린 공간에 새로움을 들어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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