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비빌언덕이 되어주는 언니가 한 명이 있다. 언제나 먼저 손내밀어주고 그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려고 하는 사람이다. 어제는 그가 나에게 바지 한 벌과 셔츠 한 벌을 주었다. 지난 날 언니가 입고 있는 옷을 보고 내가 마음에 든다며 장난스레 내놓으라고 했던 그 옷들이었다. '언니는 아깝지도 않은가, 이렇게 멀쩡한 옷들을 나에게 덜컥 줘버리다니.' 이렇게 생각했지만 나는 덥썩 받았다. 마침 면바지가 갖고 싶었는데 언니가 준 바지는 딱 내가 찾던 바지였으니까. 언니가 빨아서 준다고 했을 때 내가 빨아도 된다고 언니를 만류했다. 내 성격상 내 손으로 빨래하지 않으면 언니가 세탁해준다고 해도 분명 다시 세탁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언니는 기어코 빨아서 나에게 옷을 쥐어주었다. 작은 주황빛 쇼핑백에 옷을 정말 예쁘게 담아서, 마치 그 쇼핑백은 그 옷에 딱 알맞게 나온 것 같은 크기였다. 어젯밤에 옷을 받았을 때만 해도 나는 옷을 다시 한번 빨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옷을 펼쳤을때 마음이 찡했다. 내 성격을 아는 언니가 정말 신경써서 세탁했다는 게 눈에 보였다. 옷을 접은 방식도, 섬유유연제의 은은한 향도, 언니가 정말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고. 오늘 바로 입고 나왔다.
ps. 하지만 눈에 보이는 동이(강아지) 털은 어쩔 수 없구나 하고 혼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