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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g Apr 23. 2020

나는 네가 궁금하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의 하루를 모른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서 돌아오기까지 나의 공간은 나의 부재를 갖는다. 내가 없는 공간의 하루를 나는 온전히 알지 못한다. 내가 출근하고 난 후 햇살이 방 안 어느 구석까지 어떤 형태로 비추고 머물다 갔는지, 화분의 그림자가 얼마나 길어졌다 짧아지고 다시 숨어버렸는지.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의 하루가 궁금하다.



내가 자고 일어난 이불 위에도, 나의 손이 닿았던 컵 위에도, 나의 맨발이 닿았던 발자국 위에도 뽀얗게 쌓여갈 먼지들이 상상된다. 의자 위에 너저분하게 걸쳐놓은 옷가지들이, 사람이 아닌 식물에게 품을 내어준 의자가, 눈으로 측정할 수 없지만 점점 자라고 있는 초록 잎사귀가, 내가 없는 시간을 틈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그 모든 것들이 단편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갈 것이다.



침대 위에 있는 긴 다리의 줄무늬 곰인형과 짧은 다리의 북극곰 인형은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를 배경삼아 폭신한 매트리스 위에서 살랑살랑 왈츠를 출 것이고, 협탁 위에 있는 폭스바겐 봉고와 토미카는 침대 프레임을 레일 삼아 신나는 경주를 즐기겠다. 선반 위에 있는 유리로 된 고래 두 마리는 파란 햇빛을 즐기며 바람소리와 새소리를 음악삼아 브루스를 출 것이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즐거운 일상인가. 내가 없는 그 공간을 유용하고 화려하게 채워주는 나의 물건들을 상상해보며 나는 오늘도 퇴근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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