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의 하루를 모른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서 돌아오기까지 나의 공간은 나의 부재를 갖는다. 내가 없는 공간의 하루를 나는 온전히 알지 못한다. 내가 출근하고 난 후 햇살이 방 안 어느 구석까지 어떤 형태로 비추고 머물다 갔는지, 화분의 그림자가 얼마나 길어졌다 짧아지고 다시 숨어버렸는지.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의 하루가 궁금하다.
내가 자고 일어난 이불 위에도, 나의 손이 닿았던 컵 위에도, 나의 맨발이 닿았던 발자국 위에도 뽀얗게 쌓여갈 먼지들이 상상된다. 의자 위에 너저분하게 걸쳐놓은 옷가지들이, 사람이 아닌 식물에게 품을 내어준 의자가, 눈으로 측정할 수 없지만 점점 자라고 있는 초록 잎사귀가, 내가 없는 시간을 틈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그 모든 것들이 단편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갈 것이다.
침대 위에 있는 긴 다리의 줄무늬 곰인형과 짧은 다리의 북극곰 인형은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를 배경삼아 폭신한 매트리스 위에서 살랑살랑 왈츠를 출 것이고, 협탁 위에 있는 폭스바겐 봉고와 토미카는 침대 프레임을 레일 삼아 신나는 경주를 즐기겠다. 선반 위에 있는 유리로 된 고래 두 마리는 파란 햇빛을 즐기며 바람소리와 새소리를 음악삼아 브루스를 출 것이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즐거운 일상인가. 내가 없는 그 공간을 유용하고 화려하게 채워주는 나의 물건들을 상상해보며 나는 오늘도 퇴근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