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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왈츠

by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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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뛰거나 걸으며 산책을 한다. 강아지와 함께.

매일 산책을 할 때 나는 지루할 틈이 없다. 계속 계속 바뀌는 다채로운 풍경 구경은 당연하고 강아지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진 않는지, 구덩이에 빠지진 않는지 지켜봐야 한다. 게다가 우리 강아지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아는 척하길 좋아해서 혹여나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 피해가 될까 주의를 한다. 산책줄을 움켜잡는 손에 땀이 나는 이유다. 이것뿐만 아니다. 왈츠도 춰야 한다. 우리 강아지는 좌우로 왔다 갔다 하길 좋아하는데 주로 내 뒤에서 왔다 갔다 한다. 이 말은 산책줄이 자주 꼬인다는 말이다. 나는 길거리 한가운데서 줄로 꽁꽁 묶이고 싶지 않기에 강아지가 내 뒤로 이동할 때마다 몸을 한 번씩 회전시킨다. 오른쪽으로 한 번, 왼쪽으로 한 번. 강아지가 내 몸을 한 바퀴 돌게 되면 나 또한 360도 회전.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몸을 돌리지 말고 손을 써' 이것도 가끔 하긴 한다. 저 멀리 이어달리기 주자가 달려와서 바통 터치를 하듯, 오른손에 왼손으로 슝- 산책줄 손잡이를 잽싸게 패스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보다 몸을 회전시키는 방식이 훨씬 더 편하고 재미있다.

나는 이리 빙글 저리 빙글 돌면서 왈츠를 추는 상상을 한다. 쇼팽의 왈츠에 맞춰서 '쿵 짝짝. 이렇게 빙글', '쿵 짝짝. 저렇게 빙글' 팔은 앞으로 뻗어 둥글게 말고 양손 검지 끝이 닿을락 말락, 이렇게 준비가 완료되면 360도 회전까지. 공중에서 두 다리 짝짝. 가끔 귓가에 들려오는 음악이 신나면 문워크를 상상하거나 트리플 악셀을 도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산책을 할 때 눈을 감지 못해서 나는 눈을 뜨고 상상을 한다. 몸을 빙글빙글 돌릴 때 나는 항상 눈을 감고 싶은 욕구가 든다. 왜인지 모름.)

어쨌든 강아지가 어디에 부딪히거나, 무언가를 주워 먹거나, 지나가는 사람이 아는 사람인지 확인하려고 하는 욕구를 말려야 하기 때문에 항상 눈은 강아지에게 시선 고정이다. 이렇게 오늘도 나는 산책길에 롸잇 턴- 레프트 턴-을 열심히 하고 왔다는 이야기다. 나는 매일 나만의 무대에서 화려한 춤을 춘다. 강아지와 함께.



https://www.youtube.com/watch?v=VknDwcpc8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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