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고 있어요.

by Song
KakaoTalk_20190605_105126060.jpg 그림자


살고 싶은데 살고 싶지 않아요.


가슴속에 가득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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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게 가득한데 목표를 세우고 하나하나 해나가는 과정이 괴롭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는 내가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고 무언가 이루거나 성취하는 것에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뭘 하고 살아야 하는지 몰라서 미래의 내 모습을 적어내야 하는 숙제가 있을 때는 한참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결국 적어낸 게 '공무원'이었고, 그 이유는 '부모님이 원하셔서' 이게 전부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우연히 '인정'이라는 맛을 봤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느낌은 마치 중독과도 같아서 끊임없이 인정을 갈구했고 그것만이 나를 세상에 서있게 하는 이유이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느낌이라고 느꼈었다.


그 후로부터 항상 인정받기 위한 나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20살이 되기도 전에 취업을 했고, 아침 5시부터 운전면허 학원에 다녔고, 저녁에는 야간 대학을 다녔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에도 그 시간에 영어학원을 다녔고, 주말에는 일본어 학원을 다녔다. 쉴 새 없이 달리다 보니 체력은 체력대로 방전되었고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틈이 날 때마다 병원에 다녔고 약을 달고 살았다.


아픈 내 몸과 별개로 나의 이름 앞에는 "열심히 사는, 노력하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주변 사람들한테 인정을 받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까지 살았는지, 사랑받고 인정받는 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는지 스스로가 안타깝기만 하다.


그때는 나를 인정해주는 그 사람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게 가장 먼저인 줄 몰랐던 나였기 때문에 내 몸을 혹사 시키며까지 보이는 것에 치중했던 것이다.


아직도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해 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려고 하고 도전을 한다.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면으로 인해 난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으니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밟아 나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항상 고통스럽다. 이걸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이걸 하는 이유가 뭔지, 내가 선택했으니 감당해내는 게 맞긴 한 거 같은데 이렇게까지 고통받으면서 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내 목표는 어째서 항상 저 위에 있고 남들보다 높은 위치를 바라는 것인지 누군가의 인정이 그렇게 필요했던 것인지, 무엇이 나를 그렇게 사랑에 목마르게 했는지, 나 자신을 그렇게 작게 만들어야만 했는지 항상 그 과정엔 의문이 따르곤 했다. 아직도 그 의문에 대답을 완벽하게 찾은 건 아니다.


나는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과거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난 항상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지금이 좋다고 말한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고 남의 시선보다 나의 시선을 더 신경 쓰고,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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