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맞이
2019년 10월, 기다리지 않아도 자연스레 올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
지난겨울을 떠올려본다. 내가 무엇을 하며 그 겨울을 살아냈는지 무엇을 하며 그 겨울을 견뎌냈는지.
나는 겨울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얼음장 같은 공기를 폐 속 깊숙이 들여 마시면 나는 살아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겨울이 주는 아픔으로 내 사람들의 따뜻함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계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을 떠올리다 이번 겨울에 나는 무엇을 하며 견뎌내 고 살아갈까 떠올려보았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내 몸 안에 살고 있는 비염이라는 존재에 새어나올 수 있는 모든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얼굴이겠지만 차가운 기온이 좋아 실실 웃으며 길을 거닐 테고 그렇게 거닐다 발견한 포장마차의 뜨거운 어묵 국물과 호떡으로 행복해할까 싶기도 하다. 손가락은 마디마디가 차가워져서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필기를 하기가 버거워질 테지만 호호- 입김을 불며 열심히 손을 녹이겠고, 발가락 또한 얼음장같이 차가워져 밤마다 수면양말을 신고 언 발을 열심히 주물러 가며 따뜻한 전기 이불 온도에 몸을 뉘이겠다. 그러면 그 온도로 인해 따뜻한 이불속의 행복을 느끼는 겨울밤을 보내겠지라며 어설픈 웃음을 짓다가 너를 떠올렸다.
너와 함께 이 겨울을 맞이하여 우리가 하기로 했던 일들에 대한 약속들, 날씨는 춥겠지만 우리의 마음만은 서로로 인해 따뜻하게 될 거라던 말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너는 나와 지키기로 한 약속들을 모두 잊은 듯이 나를 떠나고자 했다. 네가 나를 떠나게 만든 두려움이 무엇인지, 내 가 너를 두렵게 만들었던 것인지 나는 여전히 너의 마음을 몰라 어지럽기만 하다. 네가 했던 말처럼, 나는 곧 맞이할 겨울에는 포근함과 따뜻함이 함께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의 마음이 어디로 갔는지 나는 지금 아슬아슬하게 끊어질 듯한 선을 쥐고 있는 위태로운 너를 보면서 나의 겨울도 네가 가진 얇은 선만큼 위태로울 수 있겠구나, 나의 마음이 너에게 닿지 못해서, 너를 위태롭게 만들었으니 내가 사랑하는 겨울이 더 추울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무엇인지, 그건 바로 사랑이라 생각하는데 그 사랑을 넘치게 준다 해도 상대방이 느끼지 못하면 그것은 그릇된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사랑이라는 말은 상대적으로 너무 모순적이며, 이기적인 단어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삶은 버티는 것이라 하는데 나는 이번 겨울도 잘 버텨낼 수 있을까 문득 의문이 든다.
의도하지 않아도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사랑 같은 그런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좋아하고 또 사랑한다. 그러니 난 이번 겨울에도 사랑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