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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 샴푸

새치가 많아서.

by Song
온도습도.jpg 내가 사랑하는 분위기



새치가 많아서.



새치가 많아졌다. 유전은 아닌 것 같다. 부모님 두 분 다 마흔이 넘어서야 흰머리가 났다고 했다. 스트레스 때문일까. 나름 즐겁게 살아서 스트레스가 적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염색을 할까 했지만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내버려뒀다. 그랬더니 이젠 여기저기서 새치에 대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너 이제 흰머리가 나는구나."

"너 몇 살인데 새치가 그렇게 많니."

"너는 나이도 어린데 흰머리가 왜 이렇게 많니."


이런 말들을 들으니 이제 염색할 때가 되었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본 게 염색 샴푸였다. 3분씩 세 번이면 간편하게 끝.이라는 문구를 봤고 염색하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보자는 마음으로 구매했다.

호기롭게 설명서에 적힌 대로 손에 물을 묻히고 염색 샴푸를 짜서 잘 섞어 머리에 발랐다. '3분을 기다리고 헹구면 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효과가 좋다'는 문구를 보고 30분을 기다렸다. 헹구기 전 거울을 봤을 땐 머리색이 더 짙어진 거 같았다. '이거 효과가 좋은데?' 생각하며 머리를 찬물에 찰찰 헹구었다. 머리를 감고, 말리고, 다시 거울을 봤다. 어라? 은빛 새치가 제 빛을 잃지 않고 빛나고 있었다. 아직 한 번밖에 안 써서 효과가 없나 보다 했다. 다음날 다시 똑같이 했다. 이번에도 30분 정도 기다렸고 조금 더 많은 양을 꼼꼼하게 발랐다. 머리를 감고, 말리고. 이번에는 은빛 중간에 적갈색 얼룩을 가졌다. 흠. 이게 되고 있긴 한 거겠지. 뒤통수를 긁적였다. 구매한 제품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내일 한 번 더 해보고 아니 일주일은 꾸준히 써보고 다시 판단해야겠다.


염색약이 효과가 없는 건 아닌지 손바닥이 까매졌다. 내가 바닥을 짚고 있어서 피가 쏠린 건 줄 알았는데 염색약 때문임을 깨닫고 어이없게 웃었다. 이게 뭐야. 제대로 헹구지 않았나.


머리카락 대신 손바닥 염색. 내 손바닥, 검은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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