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달리기
달리기는 기분 좋은 운동이다.
가볍게 걷는 산책도 좋지만 달리게 되면 살아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달까.
아무런 정보 없이, 무데뽀 정신으로 그냥 뛰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마라톤은 어느덧 취미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만큼 나에게 가까워졌다. 어떤 전문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났고, 속력이 붙었다. 그리고 몸이 아프지 않게 뛴다. 이거면 충분하다.
달리기는 기분 좋은 운동이다.
처음 1km를 달릴 땐 언제 이 길이 끝나나 한없이 생각하게 되고 포기하고 싶었다. 지금 나에겐 1km는 가까운 거리이고 숨이 차지 않는 거리이다. 엊그제 5km 달리기에서 페이스 4.55를 기록했다. 나만의 신기록. 심장이 벅차게 뛰었다.
달리기가 기분 좋은 운동인 이유는 따로 있다. 불특정 다수의 응원을 받는 것이다.
얼마 전, 비가 내리다 말다 하는 날이었다. 날이 선선했고 달리기 딱 좋은 날이라며 긴 팔 재킷을 하나 걸치고 달리기에 나섰다. 한참을 달려 나만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에혀차, 파이팅!"을 외쳤다. 그 거리에는 나와 그 아저씨밖에 없어서 당연히 나한테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았다. 처음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아무 말도 없이 지나쳤는데 생각해 보니 너무 웃겼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다음 날이었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공기가 차가웠고 시원하다 못해 조금 춥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역시 이런 날도 러닝이지. 길을 나섰다. 하체가 조금 무거운 기분이 들어 천천히 달리자는 마음으로 슬로모션이 걸린 듯 달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파이팅!!"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들린 말인지 몰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돌아보자 저 멀리 다리 위에서 어떤 여성분이 손을 흔들고 계셨다. 내가 못 찾는 듯하자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손을 흔드는데 '아, 나를 보며 흔드는 거구나' 깨달았다. 나는 어쩐지 부끄러운 느낌에 손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웃음이 났다. 그날은 그냥 지나쳤지만 다음에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나도 용기 내서 양손을 번쩍 들고 손을 흔들어야지 다짐했다.
이렇게 달리기는 기분 좋은 운동이다.
할수록 기록이 좋아지는 것도, 할수록 몸이 건강해지는 것도,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다음이 궁금해지는 것도.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응원을 받는 것도. 모두 달리기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