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무'라는 부사

by Song
구름.png


오늘 강아지 이발하는 날이었다. 강아지가 이발하는 동안 카페에 가서 책을 읽을 요량으로 김금희 작가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챙겼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글귀를 발견했다. '너무'라는 부사에 대한 글이었다. 이 부사에 대해 생각하다 내가 처음 '너무'에 대해 인식한 시점이 떠올랐다.


내가 처음이 '너무'라는 부사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던 건 20대 초 택시 안에서였다. 택시 기사님이 '너무'의 쓰임새를 아냐고 물었고, 나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사실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는 나에게 '너무'는 부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아무 데나 붙여 쓴다고 말했다. 나는 그때 처음 '너무'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너무'라는 부사 대신 다른 부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정말', '진짜', '무척' 등 긍정의 의미를 담은 부사들로 바꾸어 쓰는데 그중에 제일 많이 쓰는 건 '진짜'이다. (누군가의 말에 호응할 때도 '진짜'를 쓰는데 이젠 고치고 싶을 정도다.)


'너무'라는 말이 만연하다. 한국어에서 '너무'는 과도함, 극단적인 정도를 나타내는 부사로 널리 쓰이고, 때로는 감정이나 의견을 강조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문제는 이러한 "너무"의 사용이 지나치게 빈번하고, 때로는 다른, 더욱 구체적이고 표현력 있는 어휘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무분별하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너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더욱 정확하고 풍부한 표현을 통해 '너무'의 남용을 줄일 수 있다면 표현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너무 힘들어" 대신 "매우 힘들어", "지치다", "녹초가 되다" 등 상황에 맞는 더욱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고, "너무 좋아" 대신 "황홀하다", "기쁘다", "행복하다" 등의 다양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너무'대신 쓸 수 있는 부사를 몇 개 정리해 보았다.

<매우, 극히, 대단히, 심히, 몹시, 지나치게, 과도하게, 굉장히, 엄청나게, 정말, 무척, 꽤.>

하나의 단어만 사용하기 보다 여러 개의 단어를 돌려 사용하면 표현이 풍부해지고 마음이 풍요로워질 것 같다.





"포도를 너무 좋아해서 죽다니."

태블릿 피시로 장티푸스를 찾아보던 산아는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도 벌레가 문제였다며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타이피균에서 발생하는 급성전신감염 질환으로 파리가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을 소리 내 읽었다. 산아는 뭔가 너무 좋아하면 역시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행해진다고. 나는 산아가 쓴 불행,이라는 무거운 단어가 신경 쓰였다.

"왜 사람들은 다 그렇게 너무 좋아하는 게 생겨버리는 걸까? 엄마도 돈이면 다 좋다고 하고 오빠는 게임만 하고 이모도 그런 게 있어?"

나는 생각을 더듬었다. 좋아하는 상태를 더 심화시키는 '너무'라는 부사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는지를._118면


김금희 작가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 中.



너무 좋아하면 불행해진다는 말, 느껴본 적 있는 사람이 꽤 많겠지, 아니 아주 많겠지.

위 글을 읽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다 과거의 나를 만났고, '살모넬라 타이피균' 그러니까 살모넬라의 풀네임을 알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염색 샴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