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선한가, 악한가
어린 시절에 아주, 잊지 못할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다.
가장 친한 친구가, 나의 독후감 과제를 똑같이 써서, 제출하게 된 것.
프린터가 없었던 지라, 가깝게 사는 친구에게 부탁한다는 게 그만,
그 친구가 나의 글을 정말 비슷하게 베껴내어 거의 같은 작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의
과제를 제출하는 걸 본 경험이 있다.
그 친구를 통해서 너무 빨리 사회생활을 알아버리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이른 나이에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학창 시절의 친구이기에 늘 용서하고 나를 탓했다.
내 과제를 처음부터 신중하지 못하게 맡겨놓아, 그렇게 사건이 벌어졌으니까.
이 친구는 유난히 특별한 케이스지만, 다른 좋은 친구들도 많았다.
그 뒤에 일은 그 친구가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새로운 과제를 작성한 걸로 안다.
그래도 나는 사람이 좋다. 이런, 저런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이 우리네니까.
그래도 한동안은, 믿을 수 없는 충격에 사로잡혀 그 친구를 보는 게 쉽진 않았다.
말로는 용서가 되어도, 직접 당해보는 사람은 그 고통과 배신의 깊이가 깊다.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크게 깨지면, 사실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내가 사람을 믿으려고 하는 건, 사람은 선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