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맑은븐니씨 Apr 09. 2022

계절이 담은 향기

<다블리의 일상다반사> | [휴식특집3.5]

계절이 바뀔 때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향기가 다르다. 이걸 알면 인생을 좀 여유있게 사는 편이거나 계절에 민감할만큼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건데, 이런 걸 안다면 말이 잘 통할 것 같다. (허세부림) 바로 븐니가 그렇다. 나는 봄 향기를 맡으면, 만나고 싶은 장소와 사람이 생각난다. 여름이 되면 그 대상이 또 바뀐다. 가을이 되면 또 다르다. 겨울이 되면, 또또 다르니 븐니는 사계절에 따라 생각나는 장소도 사람도 모두 다 다르다. 추억 부자라는 반증이다.


어제는 <금쪽 상담소- 박소현 편>을 보고, 건망증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깜빡깜빡 하는 캐릭터로 오랜 기간 방송에서 활동한 그녀의 기억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어쩌면 힘든 감정을 받아낼 수 없는 상황에서 기억을 잊고자 하는 한 사람의 마음이 뇌에도 반영된 건 아닌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매끄러운 방송 실력과 예쁜 이미지, 순수하고 착한 마음, 안정적인 목소리까지~! 모두의 워너비임에 틀림 없지만 말이다)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중간 정도의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듣고, 매직 솔루션을 받은 그녀의 모습은 한 결 가벼워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많은 활동으로 인하여, 기억을 찾기에도 바쁘기도 한 상황인데 어떤 이는 많은 기억과, 뚜렷한 저장 능력으로 더 피곤하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슬프거나 기분 나쁜 일은 잘 잊으려고 하지만, 때때로는 너무나 정확하고 세심한 기억력이 오히려 삶을 사는데 별로 좋지 않는 작용을 할 때도 있다.


기억 이라는 것은 뭘까. 뇌의 작동이 때로는 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는 것일까. 잊고 싶은 순간은 기억이 나고, 떠오르고 싶은 순간은 기억이 나지 않는 인생의 많은 순간들 속, 우리의 뇌의 회로는 어디 쯤을 향해 가고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싱숭생숭한 느낌마저 드는 봄날의 한 오후, 기억과 추억, 과거와 인연들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계절의 향기는 잊혀지지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후각으로 느껴지는 그 시절, 그 계절, 그 바람의 향기는 뇌와 심장을 동시에 울리는 것 만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가끔은 그 시절, 그 계절, 그 바람의 향기가 너무 짙어져 가슴을 찌를 때가 있다. 그 때에는 차라리 마스크로 코를 가려, 그 행복한 시절의 잔상을 기억하기를 차단하고 싶어지는, 마음마저 든다. 가슴을 시리게 하는 기억도 있다.


그렇게 계절을 담고, 향기를 담고, 추억을 담고 있는 그 기억의 잔상을 불러일으키는 아련함을 담은 향기가 계속 불어온다. 계절의 여왕인 봄 답게, 향긋하고 아름다운 찬란하고 쓸쓸한 향기를 담은 향기가 불어온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마음 설렜던 한 사람의 설렘과 아련함이 불어온다. 이번 봄에도 불어온다. 계절에 담긴 향기가.


<예전 진해군항제 여행 사진, Photo by Songvely>



작가의 이전글 잠이 들기 전에 꾸준히 했던 블리의 루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