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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맑은븐니씨 May 01. 2022

부모와 자식사이에도 선이 필요한 이유

<송블리의 개똥철학> l [휴식특집 4.3]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잘 따르고 정말 좋아했다. 그리고, 정말 크게 반항을 해 본 적도 없고, 무언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사실대로 부모님께 말씀드리면서 엄마, 아빠를 위한 삶을 사는게 어린 시절의 내 유일한 행복이자 삶의 낙이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서도 이렇게 부모님만을 오롯이 위하는 삶을 살기 시작하니, 점점 부모님의 인생과 나의 인생의 선이 흐릿해지는 것을 은연 중에 느끼게 되었다.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이라도 그 부모의 삶을 대신해 줄 수는 없고, 아무리 사랑하는 부모님이라고 해도 그 자식의 삶을 대신 해줄 수는 없는 것인데...


너무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 나가다 보니, 언젠가부터 그 선이 흐릿해져 서로의 인생에 침범하여 조금은 혼란한 시간이 생기게 되기도 하였다. 너무 관연하지 않아도 좋은 문제를 서로가 챙기려고 하고, 때로는 독립심을 강하게 키워야 할 부분에서도 의존을 하게 되는 점도 발생하게 되면서, 말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문제가 차곡차곡 쌓였기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 시기적으로 조금 서로가 서로에게 지친 것인지 엄마와 나의 사이가 조금은 말썽이 난 시간도 존재하였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주고 받기도 하는 시간이 발생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서로가 서로의 중력을 지키고 그렇게 가깝게 관여한다거나, 너무 챙기려고 들거나, 혹은 너무 심하게 상처되는 말로 찌르지 않았어도 좋을 상황들에 적당한 선이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도 태어나서, 아빠 혹은 엄마의 역할은 아마 처음해보는 것일 테니 말이다. 나도 태어나서 자식으로서의 역할을 처음으로 해보는 것이니 이렇게 약간은 우여곡절에, 처음 가는 길이 서툴고 엉성하기만 한 점들도 많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하여, 이제는 나는 약간의 그 적당한 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조금 느끼게 되었고, 내 인생의 중력과 부모님 인생의 중력이 서로의 운동력으로 균형감을 이루는 건강한 무게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은 다 큰 성인으로서 부모님에게 마냥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의 모습보다도, 조금은 독립심 있는 성인으로서의 행동을 보여주기 위하여, 부모님에게도 선과 격을 갖추면서 행동하게 된다. 예전에는, 그냥 마냥 편하고 좋은, 사랑하는 아빠/엄마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가족관계를 더 건강하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조금은 내가 먼저 달라지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랬더니, 엄마는 며칠 전 " 블릵, 너는 왜 너한테 가까이 다가가는 걸 조금 불편해하니? " 라며 나의 원래 성향과 선과 격을 갖추기에 대한 행동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평생 한없이 아빠, 엄마에게 재롱둥이로, 아가같이 해맑은 자식으로, 어리광 많은 자식으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크다. 세상일에 치이고, 사회일에 치이고, 되는 일 많지 않을 때에 부모 품의 따스함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와중에서도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우려고 더 많은 노력을 하는 지금의 근력이 키우는 기간 즈음으로 생각하고 싶다. 이렇게 근력을 키워 훗 날 내게도 부모라는 책무가 주어지게 되면 지금의 아빠/엄마의 모습으로 자식들에게 사랑을 품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가지면서.



부모님께 적당한 선과 격을 갖추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송블리의 개똥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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