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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Aug 23. 2021

고향이 그리워지는 날.

어린 캥거루는 행복했다 | 그녀의 고향, 평동집

고향이 그리워지는 날이, 향수에 젖고 싶은 날이 있다.


고향의 봄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어린 시절 4살부터 이후 10년간을 살던 집이 있다.

우리 가족에게 큰 추억과 기쁨을 준 '평동 집'

그 집에서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함께 살던 시절을 생각하면,

꿈만 같은 황홀함, 코끝 시린 아련함이 복합적으로 들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린 시절 주말마다 오시는 아빠를 마주하기 위해 창문을 열어 버스정류장을 쳐다보고,

우리에게 주실 갈비를 사 오는 엄마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창문을 열었던 그 집이,

언니랑 꼬집고 치고받고 싸우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남자 형제들처럼 컸던 우리의 모습이 떠올라,


나를 놓고 수많은 향수를 일으키는 그 오묘한 집이,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담고있는 그 정많은 집이,

나를 괴롭히고 따라다닐 때마다 늘 그리웠다.


그로부터 10년 후, 도로포장으로 집이 없어진 걸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보았다.

언젠가, 20대의 진로 결정이 아주 힘든 날 그 옛날 길을 추억하며 걸어가 보니,

모든 건 그대로인데 추억이 담긴 우리의 그 맨션 단지는 통째로 사라져,

어린 시절의 기다림, 행복함, 소중한 추억은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 되어있었다.

 

그 길에 과연 예전에는 집이 있었던 장소였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의 공허한 도로가 된 걸 보니

정말 딱 우리 집만 도려내어졌구나, 우리 집 추억만 한 줌의 재가 되었구나 하는 기분에

난생처음 느껴보는 상실감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자동차가 지나가는 걸 한없이 바라보았다.


이제 다신 볼 수 없는 어린 시절 우리 집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언젠가 전원주택 집을 사서, 인테리어 할 멋진 건축가를 만나,

그 집의 구조와 닮은 집을 지어, 어린 시절의 그 향을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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