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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Aug 24. 2021

슬픔을 잊는 방법 : 글과 삶

송블리의 수필 에세이 l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코로나 시대의 일이다. 한 가족이 응급실에서 나오면 다른 가족이 응급실로 들어가며, 교차적으로 계속 사랑하는 가족들이 아프니까 이 사람이라는 동물이 약아빠져서 슬퍼하지 않기로 스스로의 방어기제를 만들게 된다. 안 그러면 아픈 상대를 생각하다가 내가 진이 빠지고, 심장의 혈관들이 하나 둘, 막혀서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그만 아프면 안 되는 걸까..? 그런데 슬퍼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는데 이 마음이라는 녀석은 참 똑똑해서, 심장에게 말한다. “심장, 네가 아플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달 뒤에 아픔을 느끼게 해 줄 거야” 그렇다. 교통사고도 사고 바로 직전에는 그 후유증이 어디까지 남아 있는지 모른다. 마음에도 상처가 나면 그 후유증이 어디에까지 , 그 슬픔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시에는 슬픔이라는 감정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애써 마음을 다잡고 붙잡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달이 지나니까 나도 모르게, 잠들기 전 눈물이 폭풍으로 쏟아지는 이상한 심리적 변화를 겪었다.


마음의 교통사고. 슬픔과 아픔. 그리고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다. 언젠가 세계적인 수학자, 연봉 1~2조를 오가는 헤지펀드 회사 사장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어 그에게 질문을 던진 날들이 떠오른다. 그 자리에서 왜 그 질문이 생각난 지는 모르겠지만, 이 질문을 함으로써 나는 그 인터뷰 장소의 분위기를 굉장히 숙연하게 만들었다. 다른 기자와 언론 관계자 분들이 ‘수학자 대회에 오신 소감이 어떤가요?’, ‘한국의 수학교육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등의 원론적인 질문들을 하길래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렇게 많은 돈을 벌고 세계적인 권위의 수학자에게 수학은 어떤 의미일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조용히 한국어로 질문한다. “안녕하세요. 기자단 소속 송 XX이라고 합니다. 당신에게 수학은 어떤 의미인가요?”. 통역되어 질문이 전달되었다.


순간, 인터뷰 분위기의 장소가 숙연해지면서 그분께서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해주셨다. “굉장히, 인상적인 질문입니다. 수학은, 제가 힘든 시간에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집중할 수 있는 학문분야였습니다. 아픔이 있을 때 오로지 수학에 전념하면 아무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중략)” 그렇게 그분은 본인의 아픈 이야기와 수학에 대한 의미, 연구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해 주셨다. 그러니까 우리는 한 세기의 수학자에게 정작 수학이 어떤 의미인지는 관심이 없었던 것인데 내가 그 질문을 던지면서 조금 더 연설자로 참석한 그 분과 우리가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그분의 아픔과, 상실감이 느껴지는 시간에 연구를 통해서 자신을 치유하고 집중할 수 있었다는 연구과정과 아픔을 듣고 있자니 질문자인 나도 숙연해지면서 비록 처음 보는 사이이지만 무언가의 동질감이 느껴져 마음속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아마, 그분께서 그렇게 수학을 집중하고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글쓰기와 작품에 대한 집중 시간을 통해 스스로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것 같다. 이 시간이 내적 면역력 향상의 시간으로 다가와 나 스스로에게 상처라는 불순물로부터 자발적인 치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한 가족이 나으면 한 가족이 아프고, 한 가족이 나으면 또 다른 가족이 아픈 상황. 서로가 앞다퉈 병원에 들어가며 내 사랑하는 가족들이 주사 바늘을 꼽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해줄 수 있는 거라곤, 눈물을 흘려주는 것뿐인 내가 싫었다. 그런데 거기에 마음까지 약해서 계속, 힘이 안 나고 그들 때문에 계속 슬퍼지니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마음속에서 혼자 되뇌면서 상처를 치유할 때 했던 나의 가족에 대한 속 마음은 다음과 같다.



아빠, 왜 이렇게 말랐어.. 

아빠 먹을 거 좋아하잖아. 나와서 맛있는 거 먹자.



이제는 모두가 건강해지길 바라면서 세기의 수학자를 만나 그분의 감동적이고 무게감 있는 인터뷰를 들었던 오래전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함께 추억해보고자 한다. 


#F(아빠)=송블리X+사랑하는 가족들의 응원 #아빠랑행복하게오래오래 #엄마도고생했습니다 #다들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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