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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Sep 02. 2021

<별에서 온 그대>와 변주곡

천송이와 도민준의 연기를 보며 l 이별의 변주곡


천송이, 만송이의 매력 전지현과 그걸 지켜보는 김수현

전지현의 코믹 연기와 김수현의 훤칠한 비주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가 있다. <별에서 온 그대>이다. 전지현(천송이), 김수현(도민준, 천송이는 도매니저라고 부른다.)의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다. 도민준은 지구별에서 온 사람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설정이 극 중 재미를 가중시킨다. 연예계의 빛나는 별, ‘천송이’는 연예계 인생에서 하락 곡선을 그리는 시기에 이웃집 외계인, 도민준을 만나게 된다. 둘의 인연은 이렇게 갑자기 불꽃같은 스파크를 일으키며 시작된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불러주지 않는 연예계에서 모든 자존감이 멀어져 갈 때, 도민준은 그녀의 매니저처럼 ‘초능력’으로 그녀를 지킨다. 조연의 위치가 된 그녀를 못살게 구는 촬영팀으로부터 그녀를 지키고, 안티 팬으로부터 그녀를 지키고, 그녀의 떨어지는 자신감으로부터 그녀를 지킨다. 그런, 도민준이 ‘지구별’에 남아있는 날들도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초능력’의 능력은 점점 떨어져 가고 예전처럼 순간이동도 잘 안 되는 도매니저다. 둘의 사랑은 이렇게 공간이라는 장애물에 가로막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까?


"총 맞은 것처럼, 정신이 너무 없어.

웃음만 나와서 그냥 웃었어

(중략)

구멍난 가슴에 우리 추억이 흘러 넘쳐

잡아보려 해도 가슴을 막아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음악, 총맞은 것처럼>


천송이는 그렇게 마음을 열지 않고, 이별을 고하는 도민준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여기서 드라마의 명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명장면이 탄생한다. 바로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며 이별한 자신의 아픔을 조증과 울증 사이의 줄타기 판에서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연기해내는 천송이의 연기 장면이다. 슬픔을 유머로, 유머를 슬픔의 감정으로 치환하며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하여 자유자재로 본인을 다스리기도 하는 (?) 천송이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그런 천송이 언니의 연기를 보고 있자니, 우리네의 이별한 모습이 떠올라 웃기고 슬픈 웃음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천송이가 부르는 변주곡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셈여림의 위치를 바꾸는 싱커페이션 l 감정의 위치를 바꾸는 힘

피아노의 악보에는 ‘syncopation’이라는 알림이 있다. 같은 높이의 센 부분과 여린 부분이 이어져서, 여린 부분이 센 부분으로 되거나, 센 부분이 여린 부분으로 되어 셈여림의 위치가 바뀌는 것이다. 약하게 연주될 것 같은 순간을 강하게, 강하게 연주될 것 같은 순간을 약하게 하는 씽커 페이션 같은 연주를 하는 천송이의 이별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별했을 때의 심정과 나의 조증, 울증의 심리적 교차 상황이 겹쳐지면서 더욱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이별 과정을 겪는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가도, 이내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를 우울한 사람의 감정을 놓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어떤 사람은 우울과 실패의 감정을 마주할 때 이내, 기쁨과 활력이라는 감정으로 위치를 잘 바꾼다. 한편, 어떤 사람은 우울, 실패와 슬럼프의 기간이 비교적 길고 좀처럼 예전의 활력과 탄력 있는 인생의 위치로 잘 돌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못하는 걸 수도 있고, 안 하는 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실패의 위치를 무언가의 플러스적인, 긍정적인 감정으로 잘 치환할 수 있는 사람이 비교적 인생을 살아가는 데 조금 더 건강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먼지를 털어 낼 때는 천송이의 유쾌함을 빌려오자 l 건강한 삶의 주인공

 우울이 지속되면, 마음의 병이 된다.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먼지들이 쌓여, 어디서 쌓여왔는지도 모른 우울의 먼지들을 하나, 둘 우리의 마음을 옭아맨다. 그렇게 쌓인 우울의 먼지와 덩어리를 털어내어야 하는 상황이 불현듯 찾아올 수도 있다. 그렇게 마음에서 우울이라는 먼지 덩어리가 먼저 신호를 보내기 전에, 힘들겠지만 내가 먼저 하나, 둘 미세먼지부터 쓱쓱, 털어내보는건 어떨까? 나에게 관대하고, 내 우울에 싹싹한 사람이 되어 훗날에 먼지 덩어리가 신호를 보낼일이 없게 말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이별을 마주하며, 슬픈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위로하는 변주곡을 부르는 천송이처럼 말이다.


끝내, 천송이에게는 사랑이 허락된다. 도매니저가 ‘우주별’로 돌아갔지만, 지구로 돌아올 수 있는 날에 천송이를 보러 방문하게 된다는 결말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둘의 사랑은 이어진다는 결말이니, 이보다 더 행복한 결말이 있을까?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감정을 잘 컨트롤해야하는, 스스로가 감정을 잘 제어해야 하는 스트레스 만성 시대에서 살고 있다. 비록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삶의 무게가 때로는 크고, 힘겨워도 그 마이너스의 감정을 훌훌 털고 긍정적인 감정으로 대치시켜 보는건 어떨까? 너도, 나도, 우리도, 사회도 더 건강한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우울조절, 분노조절, 감정조절을 스스로 연주할 수 있는 음악가가 되기를.


[슬픔과 우울이라는 감정에 때로는 살포시 젖는 것도 감정의 정화차원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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