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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퀸븐니 Nov 14. 2022

가을 모기에, 새벽에도 스프레이 사 오는 아빠를 보며♥

<캥블리 언니가 살아가는 법 시즌 TWO> l 엄마를 위한 아빠의 모습.


가을과 겨울 그 사이에 뒤늦은 모기 몇 마리가 잠을 설치게 한다. 새벽에 선잠을 자다가 현관에서 소리가 나가서 귀를 쫑긋 세우며 들어보니, 엄마도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는데 마침 모기 살충제(스프레이)가 한 방울이 남아서 다들, 모기를 내쫓지 못하고 잠을 설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엄마는, 거실장에도 화장실에도 여러 번 들락날락거리면서 모기를 쫓아내기 위한 무기(?)를 찾으면서 잠을 설치는 새벽에 조금 고생스러운 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렇게 아무리 찾아도 모기약이 나오지 않자, 아빠는, 그 늦은 새벽에 모기 때문에 잠 못 드는 엄마를 위해 모기약을 사 오겠다며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시고 현관문을 닫고 나가 정말 빠른 시간 안에 모기를 내쫓을 수 있는 무기를 구해 오셨다.


그렇게, 아빠가 긴급하게 구해온 모기약을 뿌리니, 엄마는 잠을 잘 잘 수 있는 듯 집안이 조용해졌고, 다음 날은 나에게도 가을 모기가 한 두 마리씩, 방 안에서 기승을 부리는 만큼 이 약을 사용하여서 편안한 밤 시간을 보내라면서 내 모기약도 하나 넌지시 챙겨주었다. 그래서, 가끔, 아빠와 엄마가 소리 시끄럽게 다투기도 하지만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짠~하고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빠가 엄마를 위하는 마음이 정말 크신 분이구나'라는 느낌을 받고, 혼자 속으로 감동을 받는 순간도 있다. 그리고, 아빠의 장모님인 외 할머니께, '제가 밥은 꼭 챙기고, 안 굶기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왔다던 아빠의 모습도 함께 그려지면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의지하며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부모님의 모습이 어린 시절엔 당연한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조금씩 나이가 들자 그 모습이 어쩌면 참 대단하고 멋진 모습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제는, 아빠도 엄마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나이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손자도 생기고 가족 구성원이 늘어날 때마다 아빠와 엄마의 역할도 조금은  다르게 변화했단 소리다.  변화하는 가족의 환경 속에서, 나는 때때로 언제까지나 내가 아빠, 엄마의 애교 많고 해맑은 딸로 평생을 함께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물론 그렇게  수도 있지만.. 그렇게 어리광만 많은 딸로 살게 되는 것보다는,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스스로 독립적으로 서야 하는 시간과 영역 속에서 조금은  어른스러운 자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서로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의 가족 구성원의 모습이 되는 것을 믿어주고 바라면서, 혹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몰아붙이지 않는 그런 기다림과 발전의 모습이 함께 공존하는 가족이 되길 기도해본다.


*[가을 모기에, 새벽에 모기 스프레이 사 오시는 아빠를 보며], 에피소드 편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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