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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Sep 03. 2021

맞지 않는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
'회의감'

맞지 않는 상대에 대한 생각 l 변화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

인간관계 중, 맞지 않는 상대가 있다면?

10대의 원만한 교우관계와, 20대의 활발했던 의사소통 경험을 바탕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답변을 제시하고자 한다. 20대의 나라면 인간관계에 대한 상담을 할 때 “맞지 않는 상대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과거에는 “대화하고 소통해보세요. 변화를 시도해보세요.”라고 답변했을 것 같다. 지금의 조금 성숙해진 태도에서의 답변은 “안 맞는 상대에게까지 대화하고 소통해야 하는 의무감은 없을 것 같습니다. 변화하면서 까지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는 관계인가요?"라고 답변해드리고 싶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정말 아파보거나 큰 실패를 겪지 않고서는 그 원래의 모습대로, 성향대로 살아가게 되어있다. 그래서 인생을 살아갈 때 안 맞는 상대를 억지로 변화시키려고 하거나, 내가 억지로 변화할 필요는 있을까? 에 대한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삶을 살다 보면 대화를 하고 소통해도 제자리걸음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제자리걸음인 관계가 더 좋아지기는 커녕 소통으로 더 악화된다면 차라리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소통의 횟수를 줄이는 게 더 이득이 되는 관계가 아닐까?


상극인 인간관계에서 하는 소리다. 서로가 맞지 않고 다른 건, 엄밀히 말하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안 맞는 건 안 맞는 것이고, 그 관계가 그런 모양으로 형성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그런 상황에서 본인이 행해야 할 다양한 노력과 시도는 해봐야 하겠다. 하지만 그것도 자신의 주관과 상식을 바꾸어 가면서까지 타인을 향한 본인의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적극적인 행동 변화와 희생정신을 필요로 하는 소통의 시도를 통해서 나아질 관계라면 상관이 없지만, 그것이 맞지 않는 상극의 관계라면 말이다.


맞지 않는 상대에게까지 우리의 변화를 요구한다면, 조금 잔인한 세상은 아닐는지

이렇게 안 맞는 상대를 두고 우리는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내가 적극적인 행동 변화와 의사소통의 시도라는 노력을 해서 상대가 나와 같은 마음으로 원만한 교우관계를 하겠다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나의 희생정신은 안중에도 없이 똑같이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당신의 노력은 의미가 없는 노력이 되어버린다. 그 시도 자체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해도 사실 상대방이 준비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노력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맞지 않는 상대에게까지 우리가 피곤하게 에너지를 쏟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변화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대에게 우리가 애써 노력하고 변화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맞지 않는 상대가 있다면, 다 맞추려고 하지 않기를 권유하고 싶다. 오히려 그 소통의 횟수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 그러한 노력을 추천한다. 그렇게 타인이 감사하게 여기지 않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본인을 지키는 일이다.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듯이, 맞지 않는 상대를 곧이곧대로 따스하게 대하는 것은 조금 보류해야 할 태도인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안 맞는 관계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해왔다. 비교적 가까운 지인 중에 그런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나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나와는 다른 생김새의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 사람이 잘못되고 못 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나와는 완전히 다른 생김새의 사람이라고 여기니 차라리 마음은 편해졌다. 그 사람은 그냥 원래 그렇게 생긴 것이다. 그래서 더욱 뭐라고 따질 명분도 서로가 바뀌어야 할 지점도 찾지 못하게 된다. 자석에도 N극과 S극이 있듯, N극과 N극이 만난 상극인 상황이라면 맞추기보다는 때로는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적당한 회피와 거리두기가 인간관계의 현명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나의 현재의 답변이다.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그냥 그 사람의 생김새를 인정하되 억지로 맞추지는 않는다. 안 맞음을 인정하고 맞서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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