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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Sep 09. 2021

누가 뒤에서 쫓아오니?: 쓰다보면, 발전한다네

우주 속도에 대한 물음 l 먼 훗날에내 글을 다시 본다면?


제목: 끝난줄 알았는데


끝난 줄 알았는데

자꾸만 올라오네

블리의 브런치


술을 마시고 몽롱한 기운으로

아픔과 슬픔의 시를 기록한다네.


끝난 줄 알았는데

하루아침에 자가증식하네

블리의 브런치


맨 정신에도 이렇게 신이 나므로

기쁨과 행복의 시를 공유해보네.


-<끝난줄 알았는데> 송블리 창작시 2021-


누가 뒤에서 쫓아오니? l 2000번의 호감의 기록으로 만족하기엔 욕망 요정입니다.

7월부터 업로드한 일상의 소소한 글들을 <짧은 글 기록> 매거진에 담으면서 그 기록의 수를 하나하나 세어가면서 확인해보니 27개~30개 정도의 짧은 조각 글들이 모아졌다. 누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무엇을 위해 이토록 빠른 속도로 달렸는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여름부터의 업로드 양을 보니 싸이월드나 블로그를 할 때에도 이 정도의 열정은 아니었는데, 어디서 이런 열정이 숨어있었는지 미지의 에너지다. 얼마나 글을 쓰고 싶은 나의 모습이 억눌려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일기나, 다이어리를 안 쓰는 것도 아니었는데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었나 보다. 200개의 글에 평균 10개의 라이킷이 있으니 이를 곱하면 2000번의 호감이다. 행복하고 뿌듯하다.


그래서 가을을 맞이하여 9월 4일에는 휴식을 선언하고, 하루 글을 안 올리며 글쓰기 금단을 시도해보았는데 도통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치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피지 않아서 손이 떨리고, 군것질을 하고 싶은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글을 중단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 일일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어찌 되었든 이러한 현상을 멈추기 위해 브런치와 블로그 창 대신 워드와 한글문서를 켜놓고 이런 주제, 저런 주제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해보았다. 그랬더니 그나마 답답한 기분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소재와 글의 내용이 안 잡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나의 요즘의 상황은 그와는 정반대로 하고 싶은 말들과 머릿속에서 맴도는 다양한 소재가 계속적으로 생각나는 게 문제라면 문제이다.   


어린 시절의 기록을 다시 확인해보니, 지구를 떠나고 싶어졌다. l ㄴr는 ㅇr직도 눈물을 흘린ㄷr.

아무리 프로페셔널한 인간이라고 할 지라도, 자기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투영시키지 않고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아무리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키려고 한다고 할지라도 본인의 습관과 주관이 때로는 꿈틀대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도 글을 통한 사회의 크고 작은 현상에 대한 다양한 객관적인 시각과 공정한 분석 및 이해를 이끌어내려고 하다가도, 이내 나의 본연의 사고방식과 주관이 묻어 나오는 글을 쓰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에세이보다는 나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소설’을 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하곤 한다. 소설도 나의 주관을 담고 있긴 하지만 간접적 전달이 가능한 장르이고 스토리에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느껴지기에. 언젠가 도전해봐야지.


다시 본론으로, 일상 기록을 많이 남기는 성향의 나는 이런 글들 올리면 후회하지 않을까? 에 대한 생각을 하며 브런치를 운영한다. 그 와중에 Super Ego에 의지하여 나름 필터를 적용하며 어느 정도 삭제할 부분은 과감히 지우고 글을 발행한다. 이러한 필터 기능이 과거의 나에게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과거에 나는 여과기 없는 본체로 글을 ‘생’으로 올렸다. 싸이월드 이야기다. 10대에 싸이월드에 남긴 기록을 20대에 다시 보면 쥐구멍을 찾고 싶어 진다. ‘이불 킥’을 하고 싶을 정도로 지구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보면 순수하고 어린 생각의 글들이라는 느낌이 들고, 각종 허세와 알 수 없는 셀카로 점철된 그 공간은 나에게 괴로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다행히 눈물 셀카는 없다.) 그 시절엔 그 업로드가 왜 큰 재미를 주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ㅎㅎ

Image-Pixabay

먼 훗날 나의 글들을 돌아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신기하고 창피한 것도 창피한 건데, 그 플랫폼을 통한 감정과 정서 표현을 열심히 ‘게시’해왔기에 지금의 감성 에세이, 감정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고마운 느낌이 들기도 하는 마음이다. 그 어린 시절의 손이 오그라들고 발이 오그라드는 허세의 글들과 다짐의 글들, 에세이의 기초가 되는 다양한 기록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브런치에서 나오는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작성하는 글들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에게 싸이월드라는 플랫폼은 단순한 정보 업로드의 공간으로만으로는 기억되지 않는다. 나의 추억, 경험, 슬픔, 성장 스토리, 지인들과 소통, 기쁨, 행복이 함께 성장한 심리적 혈관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어느 정도 성인이 된 나이에 글을 쓰고 있기에 언제 보아도 그런 ‘이불 킥’ 정도의 부끄러움과 창피함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내가 이러한 기록들을 다시 읽어보면 또 쥐구멍을 찾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내 젊은 시절의 가볍다면 가볍다고 할 수 있는, 무겁다면 무겁다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주관과 소신, 세상과 영화에 대한 객관적 리뷰 같은 것들. 훗날에 보면 과거에 그랬듯이 어리게만 느껴질까? 지구를 탈출하고 싶어 질까? 이렇게까지 솔직해서 후회하진 않겠지? 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유쾌함을 추구하면서도 진중함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훗날의 나에게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을 덜 안겨주기 위한 신중한 자세다.


쓰다 보니, 문장력과 표현력이 늘어난다. l 반복과 노력의 산물

한편으로는 이와 같이 매일 한편 이상의 글들을 작성해보니, 내가 하고 싶은 본래의 메시지를 나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전달할 수 있는 문장력이 생기고 있음을 느낀다. 이건 내가 글을 잘 쓴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 문단 안에 잘 넣을 수 있게 됨을 말하는 것이다. 원래 같으면 이 정도의 문장력으로 이 정도의 전달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던 나의 글들이 순식간에 이렇게 하나의 새싹이 묘목으로 자라듯이 성큼 성장해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과거의 나의 리포트와 독후감, 기존에 해왔던 포스팅 글과 현재의 글을 비교했었을 때의 문장 전달력의 차이, 과거와 현재와 다른 문체의 차이 등에서 느낄 수 있다.


이건 비단 글쓰기에 한정되는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어느 분야이든,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나는 것은 비교적 잘 적용되는 진리 같다. (관상동맥이나 뇌혈관이 한번 늘어나거나, 끊겨 버려 원래의 상태로 회복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면 큰 병명으로 진단이 내려지듯이,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 분야와 부분도 있다.) ‘노력’과 ‘반복’, ‘꾸준함’의 인생의 진리는 내게 소중한 덕목이다. 위와 같은 건강상의 예외적인 문제, 혹은 정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하늘은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글쓰기에 꾸준한 노력과 반복이라는 투자와 열정을 기울이고 싶다. 그래서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위안이 되고 공감이 되는 많은 글들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아니 죽는 순간 직전까지도 나와 타인의 시선에서 정말 자유로운 솔직한 글 한편만 남겨도 사실 이생에 미련은 없을 듯하다.


문득 지금의 기록들은 미래의 나에게 어떤 느낌을 안겨줄지 궁금해지는 나날들의 향연 속,

통통 튀는 소재와 의미를 찾기 위해 더듬이를 곤두세우는 크리에이터 새싹 작가의 저녁 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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