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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Jul 24. 2021

그립고 그립지만  가까이 할 수가 없어요.

달의연인-보보경심려 l 전지적 혜수 시점

필자는 오랜 휴식기간 중 다양한 로맨스 드라마를 시청해왔다. 그 중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나의 마음속에서도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있으니, 바로 아이유·이준기 주연의 <달의연인-보보경심려>이다. 특히, 마지막화에 나오는 혜수(아이유)의 대사는 그 애절함과 진실함이 더해져 듣고 있자 하노라면, 새삼 센치해진다.



20화)


혜수: 인생은 꿈과 같습니다.

옳고 그름 사랑과 미움도 결국엔 세월에 소리없이 묻히고 흔적없이 흘러가요.


아직도  마음을  갖지 못했다 

오해하고 원망하나요.

사랑이 아닌 증오를 남겨서 당신을 편히 쉬지 못하게 한건 아닌가 늘 걱정입니다.


여전히 사랑합니다.

빗속에서 모든걸 내버리고 내 곁에 섰을때

날 위해서 날아오는 화살에 몸을 던졌을때,

당신을 평생 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사랑하다의 반대는 미워하다가 아니었어요.

'버리다'였습니다.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버렸다고

여길까봐 두렵습니다.

그립고 그립지만 가까이 할 수가 없어요.

굽이진 울타리 안에서 다시 만나기를,

매일 당신이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달의 연인, 보보 경심려> 중-



이 편지를 남기고 혜수는 극 중에서 죽는다. 서로를 버렸다고 여기며 생각할까봐 두렵다고 여기는 그녀의 편지에서 상황적 특수성 (왕권강화와 정권유지라는 궁궐의 특수성)때문에 멀어져가는 둘의 거리를 보며 독자들도 슬피 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사랑하다의 반대를 '버리다'라고 말하는 혜수의 담담한 내용에서 큰 파장이 전해진다. 보통 사랑하지 않는 상대를 우리는 미워하는 상대, 보기싫은 상대라고 지칭하지 버린상대라고는 말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혜수는 궁궐밖에서 서로를 버렸다고 생각하게 될까봐 두렵다고 의연하게 말하고 있다. 그립고 그립지만 다시 돌아갈 수도 있는 사이지만, 가까이 할 수 없는 혜수의 입장과 상황.


달의연인 보보경심려는 고려시대 태조 때부터 광종의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며, 혜수와 태자들의 그럴싸한 이야기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다. 결국 광종(이준기)과의 사랑을 꽃피워 나가지만 끝내 함께 할 수 없는 사이로 나온다. 현대 시대에서 온 혜수(아이유)가 이제 정말 현실로 돌아와야하는 드라마의 전개. 이렇게 고려시대 초의 굳건한 왕의 권력을 조성하는데에 혜수라는 여인의 노래와 사랑이 필요했던 건, 노비안검이라는 시대를 앞서간 사람의 지혜가 필요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드라마의 마지막회에서 잊혀지지 않는 명대사로, 혹은 마지막 남기는 편지로 시청자에게 큰 여운을 남긴 달의연인-보보경심려. 그 끝에는 언제나 모습을 바꿔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달'이라는 행성이 함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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