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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Sep 19. 2021

거미와 잠자리를 보며- 너네 사이 안 좋다며?

송블리의 개똥철학 l 누가 못된 것이여?

거미와 잠자리는 천적일까?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의 날개는 누구의 잘못일까? 거미줄을 친 거미의 잘못일까? 거미줄을 피하지 못한 잠자리의 잘못일까? 에 대한 궁금증이 든다. 가을이 되었다. 잠자리의 계절이다.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잠자리의 천적 중 한 부류는 거미이다. 이내 날갯짓을 시작한 잠자리가 거미줄에 걸린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거미가 미웠다. 근데 거미의 잘못인가? 걸려든 잠자리는 그렇게 큰 눈을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는 모양인가? 하는 생각에 가을 하늘의 공원에서 농땡이를 부리며 자연의 철학을 알기 위해 거미줄을 뚫어져라 관찰한 기억이 있다.


요즘 내 새로운 별명 중 하나는 '관찰 삐꾸, 분석 삐꾸'이다. 어떠한 사회현상과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원인을 분석하고 관찰하고 나름의 해석을 하여 개똥철학을 하나, 둘 쌓아가는 모습에 가까운 가족이 지어준 별명인데 제법 귀엽고 괜찮은 것 같아서 음흉스럽게 만족하며 듣고 있었다. 그렇게 거미와 잠자리의 관계와 생태계의 구조를 보고 있자니 누가 잘못이고, 둘은 왜 천적이며, 둘의 생김새는 왜 이렇게 다른지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


이를 인간관계에 적용해보면?


인간관계에서도 거미와 잠자리처럼 생김새가 다르고,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달라서 친해지기도 하며, 달라서 반목하기도 한다. 둘이 잘 지낸다면 다행스럽지만, 둘의 다름으로 인한 갈등은 누구의 잘못일까? 거미의 잘못, 잠자리의 잘못을 일일이 따져가면서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서로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갈등을 겪는 것은 잘못의 문제라기보다는 '다름'의 문제 아닐까? 하는 공원에서의 깨달음이 느껴졌다. 거미는 날개가 없으니, 거미줄을 쳐서 자신의 생계를 보존하는 것일 뿐이다. 잠자리는 거미처럼 줄을 치며 먹이를 구하지는 않더라도, 훨훨 날 수 있는 두 날개로 거미보다 자유로운 하늘의 대기권을 활보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다르니, 서로의 활동 방식이 다른 것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관계에서 흔히 잘하게 되는 실수 중 하나가, 나와 무언가가 조금 다른 상대라면'나와는 달리 이상한 문화를 가진 어떤 이'로 지레짐작해버리게 되는 태도라고 본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냥 '이상한 사람'으로 단정 지어버리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아닐까? 에 대한 물음이 든 건,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과 차이로 인한 갈등을 오랜 시간 겪어본 경험에서 나온 질문이다.


너네 사이 안 좋다며?


그래서, 흔히 자연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것처럼 '거미와 잠자리는 천적이다'라는 설명을 이제는 '거미는 거미대로 사는 것이고, 잠자리는 잠자리대로 사는 것이다'로 바꾸어보고 싶다는 게 나의 철학이다. 너네는 사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애초부터 친해질 필요가 없는 그냥 다른 모양의 존재라는 것. 그것이다. 다만, 자연 백과사전에 나와있는 것처럼 잠자리는 거리 줄에 잘 걸리는 모양이니, 잠자리의 그 큰 눈을 더욱 크게 떠서 주변에 분포해있는 거미줄을 피하는 노력은 기울여야 하겠다.


오늘도, 인간관계에 지친 마음을 다양한 현상에서 찾아보고자 하였다. 깊어진 가을 하늘에 두둥실 날아다니는 잠자리가 쉽게 거미줄에 걸려드는 게 안타깝기도 하면서. 단, 거미의 잘못만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둘의 생김새가 다르고, 쓰임이 다른 것뿐이라는 설명을 길다면 길게 늘어놓아 보았다. 그렇게 '차이'가 나는 우리들이 이 세상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길 바란다면 서로의 '유의사항, 특이사항'은 한 번쯤 스캔하면서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오늘도 엉뚱한 곤충 철학으로 세상을 재미있게 바라보는 블리의 철학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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