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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퀸븐니 Feb 12. 2023

야자시절 땡땡이 치던 그 공원을 지나며

<송븐니 나라에 송븐니 곤듀> l 세계문화유산, 화성.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여고를 다닌 터라 왁자지껄하며 즐거운 우정을 쌓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마음 맞는 소수의 몇몇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했던 나는 반장, 서기 같은 것들을 선생님들께서 추천하셔도 초/중등 시절과는 달리 활동을 하지 않고 오로지 '대학'이라는 목표에 전념했던 듯싶다. 또한 이 당시에는 성격 역시 내향적인 부분이 있었기에 무언가 나서서 활동을 한다는 게 부끄럽고 창피하게 느껴지던 특별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부끄러움과 낯가림을 많이 타는 성격의 내가 마음 맞는 친구가 생기면 다시 어린 시절의 그 날들처럼 활발하고 리더십 강한 내가 되기도 했는데, 사람은 어떤 사람이 내 옆에 있느냐에 따라서 또한 어떤 사람과의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서 그 모습과 성격이 조금씩 변형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고 시절에는, 몇몇 에세이 글에서도 밝혔지만 일단은 잘 씻지를 않았다. 머리도 안 감고, 교복도 꾀제제 하게 다녔다. 그 당시에는 '공부'라는 사명이 내 모든 것의 우선순위가 되어 머리를 감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통학 역시 집에서 오래 걸리는 거리에 있는 학교를 다닌 터라, 차량을 이용하여 등/하교를 했었던 기억이 있다. 통학 시간마저도 정해진 통학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것으로 엄격하게 정하여 나름의 시간관리를 했던 것으로 보이고 불 필요한 체력 소모나, 새로운 대중교통이라는 긴장감을 유발하는 요소를 개입시키지 않으려고 나름의 전략으로 그런 선택을 한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그렇게, 모든 것이 '예민예민'했던 시절에, 한 가지 큰 즐거움이 있었는데 그것은 '야자 땡땡이치기'였다. 먼저 야자 땡땡이치기는 다음과 같은 루트로 발전이 되었다. 1) 야자를 안 하고 집에 가서 여유로운 공간에서 공부하는 것 2) 야자 시간에 몰래 친구들과 공원에 나가서 우리들이 하고 싶은 얘기 하는 것 3) 학교 근처의 분식집에서 제일 맛있는 메뉴의 분식을 시킨 후, 배 부르게 먹고 TV를 보면서 산책하는 것 등으로 발전이 되어 나타났다. 365일 학교를 다니면서 수업을 듣고, 늦은 시각까지 야자를 한다는 것은 수험생이라고 할지라도 많은 지루함과 고리타분함을 안겨주었기에 그러한 날들에 약간의 일탈 아닌 일탈을 한 것이었다.


특히, 1) 번 같은 경우는 집에 온갖 책을 바리바리 다 싸들고 갔지만 막상 책을 보기는커녕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TV를 보게 되므로 결국엔 <학교에서 야자를 하는 것이 제일 좋다>라는 결론을 항상 얻게 되기도 한 루틴이었다. 2), 3)은 1) 번과는 다르게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나름의 추억도 생기고 또 야자 땡땡이치다가 선생님들께 걸리면 벌도 서게 되므로 나름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게 되기도 했다. 특히, 2) 번 공원에 나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몰래 나갔다 오는 경험 같을 하는 것은, 마치 해리포터가 마법의 망토를 쓰고 금지된 구역을 방문했을 때의 설렘과 호기심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그 시간이 매우 설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2023년이 되어 오랜만에 그 공원을 지나치면서 공원을 바라보니,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별의별 이야기를 다 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 시절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그때의 간절함, 그때의 순수함, 그때의 스마트함 같은 것들이 그리워지면서 '나이 먹었다'며 무언가를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아지는 나의 모습을 조금은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그 공원에서 교복을 입는 어린 소녀는 성장했지만, 그 속에서 꿈을 그리고 원대한 포부를 가지면서 항상 자기 발전에 힘썼던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해 내며, 앞으로도 '나이'에 연연할 것이 아닌 원래 멋진 '나의 인생'을 더욱 멋지게 꾸며나갈 것을 다짐해본다. :)



*<야자시절 땡땡이 치던 그 공원을 지나며>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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