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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맑은븐니씨 Jul 20. 2021

기차여행이 좋은 이유 : Train Trip

할머니를 떠올릴 수 있는 공간, 대천 여행

기차여행이 좋은 이유 : Train Trip

송블리



어렸을 적 할머니를 보러 무궁화호, 새마을호 기차를 자주 타곤 했어요.

기차 칸에서 엄마랑, 언니들과 함께 의자를 마주 보고 네 명이서 함께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꿀맛 같은 행복이었습니다.


이렇게 할머니를 보러 가는 길은 늘 설레었었는데요.

기차 특유의 드그덕, 드그덕 하는 리듬에 몸을 맡기고 이마를 기대고 눈을 감으면,

어느새 대천역 도착이라고 깨우는 엄마의 반가운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내릴 준비를 허겁지겁 준비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런 우리 할머니의 사랑이야기는, 기나긴 인내를 지닌 특별한 러브스토리인데요.

6·25 전쟁 시절, 피난소에서 먼저 도착한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못 만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대요.

부산 쪽에서 할머니가 먼저 도망쳐 내려와 도착한지라, 핸드폰도 없던 시절에 할아버지와 생이별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맺어준 인연은 역시 다른가 봅니다.

할아버지를 그 피난소에서 다시 만나 지금의 우리 엄마를 포함한 오 남매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해요.


이렇게 전쟁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에는 큰 기다림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무려 8년 동안 홀로 기다려야 하는 상황 속에 있었다고 합니다.

기나긴 인내 끝에 다시 만나게 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이야기를 보며,

저 역시도 긴 인내를 통한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기차여행이 좋은 이유는, 이렇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옛 추억을 들으러 갈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 시절, 과자와 주스 팔던 기차 아저씨는 이런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이야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매시간 반갑게 우리 곁을 지나갑니다. 엄마와 언니들과 넷이서 마주 보며 함께 잠을 잤던 침대 같은 공간도,

창문 넘어 보이는 달라지는 풍경들도 아름다웠던 잔잔한 기차 속 전경이 그리워지는 여름입니다.


#기차여행 #할머니의사랑이야기 #대천여행 #할머니보고싶어요 #할아버지는하늘나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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