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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Nov 02. 2021

노트북 해킹당하던 날-해킹 포비아

송블맇의 짧글 에세이 l 바깥에서의 작업은, 너무 귀찮아!

꽤 오래전 일이다. 블로그를 한창 열심히 하고, 온갖 지극 적성으로 운영하던 시절의 일이다. 어느 날, 사진과 글을 업로드하고 지친 마음에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는데, 내가 움직이지 않은 마우스의 커서가 움직이는 현상을 발견했다. 아.. '해킹당했구나..' 담담하게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누군가가 나의 일상과 블로그의 업로드하는 모든 과정을 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았다. 누가 나의 노트북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그렇게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예의범절을 어기는 행동을 하였을까?


그날 이후로, 노트북 공포증이 생겼다. 인터넷이 연결이 되면, 뭔가 내 노트북이 해킹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 개인적인 사진, 기록, 블로그, SNS의 활동들 까지도 무언가가 노출이 되었다고 생각을 하면, 그리 유명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섬뜩해지고 심지어는 화가 나기도 한다. 물론,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과 사진이 궁금해서 그런 거라면.. 그런 행동들이 정당화될까? 어찌 되었든 내가 움직이지 않은 마우스가 홀로 움직이는 컴퓨터를 보고 있으면 그 노트북을 당장 버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이후에는 당분간 PC방에 가서 문서작업을 하였다. 도저히, 이 노트북으로는 나의 글을 작성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아주 불편하게 한동안 블로그 글들, 인터넷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을 그렇게 PC방, 도서관을 전전하면서 진행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랜 기간 바깥에서 문서작업이나 인터넷을 쓰고 있자니 귀차니즘의 선두주자인 나의 마음에 불현듯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해킹당한 상태일까..? 누가 좀 보면 어때, 뭐 크게 엉뚱한 짓들도 한적 많지 않으니 볼 테면 보아라..-0-+'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노트북을 켜서 사용하였고, 정말 개인정보가 많이 들어가는 인터넷의 작업만 피하여 나의 노트북을 사용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나는 새로운 노트북을 샀고 더 이상 마우스가 혼자 움직이거나 창이 닫히거나, 그런 현상들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도, 간혹 그런 해킹 포비아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서 때때로, 마우스를 가만히 쳐다보고 움직이는지 안 움직이는지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노트북으로 엉뚱한 짓을 할 때에는 조금 신중하게 해야 함을 느끼면서, 나의 슬픈 해킹 스토리를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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