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블리의 키워드로 영화 읽기 l 아빠 회사잖아..?
■키워드- 디폴트(채무자가 정해진 날짜에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하는 지불불능 상태를 일컫는 말)
'여신(與信)'은 아프로디테 여신 말고, 믿음을 갖고 기업이나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
학교가 금융권 취업에 유리한 강점을 갖고 있는 학교이기에 금융권 선배들의 입사 이후의 이야기를 건너, 건너 들을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다. 아는 선배나 지인들을 통해서도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능하였고, 네이버 취업&스펙에 도움을 주는 카페들에서도 금융권에 대한 취업 Story를 시간이 날 때 궁금한 부분은 찾아보기도 하였다. 20대 초반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금융권이 눈에 들기 시작한 것은, H사의 전화교환 안내 채용 공고를 보고 조금 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던 때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한국은행' 채용에도 눈이 떠지면서 금융권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뒤늦은 관심이 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주, 먼 옛날 신입 행원 선배로부터 은행의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수신, 여신, 외환이라는 업무를 고루고루 배운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다. 수신 업무는 예금을 예치하는 일, 여신은 믿음을 갖고 돈을 빌려주는 일, 외환은 국제 간의 거래에서 오게 되는 일을 처리하는 일 등으로 대략적인 구분을 설명해주었다. (*외환: 현금수송에 따른 불편과 위험을 없애기 위하여 국제 간의 거래에서 생긴 대차를 채권양도·지불 위탁 등의 방법으로 결제하는 방식, 다음 백과사전) 이렇게 지금은 신입사원들에게 인기도 많은 직장이자, 우리들의 경제생활 전반에 든든한 버팀 몫이 되기도 하는 기관인 은행과 금융. 때로는 나의 '주머니'사정과 연관되면서 얄궂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보이지 않는 무엇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신뢰를 주는 어떤 것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영화 속 이야기의 IMF 속 각기 다른 사람들의 모습
영화는 20년 전, 한국 IMF 외환 위기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음', '조흥은행' (현, 신한은행) , 삼성/LG/기아/'대우전자', '부도'라는 옛날 사람들의 옛날 용어들이 등장하면서 그 시대를 회상하게 한다. 그 아늑한 옛날의 이야기. 내 기억에도 어렴풋이 '금 모으기'라는 뉴스를 본 적이 스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 한국경제의 모습의 실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의 영어 제목은 디폴트다. 외환 국고 보유액이 점점 없어지는 상황에서, 환율이 오르고, 재료값이 상승하고, 빚은 점점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제 구조 속에서 살아남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영화 속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김혜수(한시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팀장), 유아인 (윤정학), 허준호(한갑수), 조우진 (재정국 차관), 김홍파 (새 경제수석), Vincent Cassel (IMF 총재), 김형묵 (금융실장), 송영창 (노신사)등으로 많은 인물들의 IMF 대응 모습이 펼쳐지면서 긴박함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때는, 바야흐로 20년 전, 한국. 이회창, 김대중, 이인제 등의 후보가 대선 경쟁을 앞두고 한국에서는 외환 위기가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었으니.. 누군가가 이 상황을 미리 알았더라면 도산하거나 부도날 위기가 있는 기업들이 미리 예상을 하고 방어를 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국가 부도'의 상황에 직면하자 한국은행 팀장 한시현(김혜수)은 이 사실을 미리 알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피해를 보게 될 국민과 기업들의 안위와 생존을 진심으로 걱정한다. 하지만, 재정국 차관과 새 경제수석의 비밀유지 기조로 이를 세상에 알리지도 못한 채로 이 위기 국면을 타개하고자 한시현 팀장은 많은 노력을 한다. 한편,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와 흐름을 짚어보면서 이제, 한국에는 경제 위기가 올 것이니 나와 함께 베팅하자고 설명회(?)를 개최한다. 거기서 만난 노신사와 돈 많은 젊은 친구와 함께 한국경제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발 빠르게 부동산 시장 조사에 나서니, 예리한 그의 경제적 시각에 놀라움이 느껴진다.
한편, 제일 안타까운 것은 아마도 우리네의 모습이었던, 우리 아버지 세대에 많이 존재했던 '갑수'라는 한 회사의 임원 쪽에 위치했던 어떤 이들이 아닌가? 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한 기업에서 직장동료들의 월급을 책임지던 책임자들이기도 하였다. 경제 외환위기가 터지자, 백화점에 들어가기로 확정이 된 경제적 생산물들이 유통되지 못하고, 어음은 종이조각으로 전락해버렸다. 너도, 나도 앞서 집을 내어서 '현금'을 구해보고자 했지만 공급량이 많아져 가격이 낮아졌던 탓인지 원래 샀던 집값에서 한참 더 떨어진 값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으니 사면초가였다.
No signature, No negotiation
무엇보다도 IMF 총재와 한국 경제수석의 협상 장면이 이 영화의 핵심 아닐까 싶다. IMF 총재가 기가 막힌 얄미운 연기로 한국의 통화가치가 정크본드 직전까지 같다고 평가하면서, 선결 조건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모습을 보면 국가부도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삼전도의 굴욕이 생각날 지경으로 우리 한국의 자율적인 경제발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진행된다는 느낌을 영화에서 받았으니,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행해졌다면 한지현 팀장에 빙의해서 우리는 모두 발악 발악 따지고 들었을 것이다. 아, 그보다 도 더 앞서서 이 협상에 번복이 없기를 바란다는 조건으로 대통령 후보 3명의 서명을 원한다고 말을 하는데 그를 받아들이는 경제수석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지현 팀장은 끝까지, 모라토리움(채무상환유예) [=한 국가가 경제·정치적인 이유로 외국에서 빌려온 차관에 대해 일시적으로 상환을 연기하는 것을 말한다. 매경 시사용어사전] 방식으로 IMF의 선결조건이 동행된 조금은 일방적이고 한국 경제의 자율적인 성장과 구조를 강조하며 IMF와의 협상을 막아보고자 한다. 외국계 자본의 허용의 조항이 들어가 있고, 정규직 이외의 명예퇴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고용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이러한 경제형태가 도래하지 않도록 끝까지 막아보려고 이런, 저런 기획을 제시하고 다방면으로 노력 한 것이였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국가 측에서, IMF와 협상을 하였고 550억 달러를 빌렸다는 기사가 떡하니 전국민에게 방송을 타고 전파되었으니 말이다.
1997년 12월 3일, 한국 측 대표가 IMF 협상안에 최종 서명하며 IMF의 관리 체제가 시작된다.
한국은 이듬해부터 실업자수 130만 명 이상의 고실업 국가로 접어든다.
자살률은 전년 대비 42% 했으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국민들은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라 경제를 살리고자 했다. 이듬해 1월부터 4월까지 모인 금은 22억 달러에 달했다. 국민들의 금은 기업들의 부채를 갚는데 쓰였다.
-영화 <국가 부도의 날> 마지막 장면 中-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제시한 한국 경제의 여전한 암실과 새로운 새싹
그렇게, 윤정학은 IMF 당시 경제에 대한 선견지명으로 강연회에 우뚝 서는 경제 전문인이 되어 있었고, 한지현 팀장은 한국은행에 사직서를 제출 한 이후 다른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갑수 역시 그 힘든 세월을 잘 이겨내었던 건지 자신의 회사에서 직원들과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며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 못지않게 당시 재정부 차관, 대기업 관련인들도 모두들 잘 지내고 있었으니 경제적 관계에 의한 결속력을 영화 속에서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도 그들은, 국제적 소문 같은 것들을 서로 이야기하는 눈치로 공고히 된 경제적 부 위에서 흔들림 없이 자본주의의 CEO, 대기업의 총수로 살아가고 있었던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그러한 와중에서 과거 한지현 팀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새로운 국가 기관의 새싹 직원도 등장하여 '한지현 팀장'에게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을 하니,,ㅎㅎ 한국 경제가 그리 어둡지 만은 않은 것도 같다. '한강의 기적' 이후, 우리는 IMF를 지혜롭게 잘 극복하고 비교적 경제적 풍요 속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온 국민들은 아닌가를 생각해보면서 과거 우리들의 경제 상황을 아주 긴급하고 조금은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 같은 <국가 부도의 날>을 주말의 영화로 추천드린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코로나로 힘든 모두에게 과거 경제위기를 극복한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같이 극복하자고 응원의 말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