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많은븐니씨 Aug 07. 2021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와 꽃

요르프족인엄마와 유한한 인생을 사는 아리엘 l 시간의 흐름

■키워드-꽃


영화보기를 멈출 수 없는 세 가지 이유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라는 영화는 그림체가 웅장해 보여서 우연히 관람하게 되었다. 해당 영화에서는 시간이 지나고 모습이 변하지 않는 '요르프족'이 등장한다. 그래서 이들은 '이별의 혈족'으로도 불린다. 상대가 인생을 마칠 동안, 이들은 영원한 생명의 지속성을 가지고 유한한 시간 속에 사는 생명체들과 계속적인 이별을 하며 살기 때문이다. 마치 반지의 제왕의 '엘프족'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SF적 요소가 가미된 애니메이션, 유치하지 않은가? 유치하지 않았다. 2시간 동안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도록 몇 가지의 영화적 장치가 우리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첫째는 요르프족의 히비 오르다. 히비 오르는 요르프족이 날줄과 씨줄을 엮어서 만드는 천인데, 이 천을 통해서 요르프족은 본인들만이 읽을 수 있는 글자로 소통을 한다는 점에서 신선한 재미를 준다. 둘째는 고대의 동물 레나토를 통해서다. 요르프족을 침공하는 이웃왕국(메자테왕국)의 세력이 이용하는 동물, 이 레나토를 통해서 요르프족의 균형이 깨지는 데에서부터 영화는 시선을 고정시킨다. 셋째는, 보고 있노라면 미소 지어지는 마키아의 모성이다. 한 번도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소녀 마키아가, 낯선 곳에서 우연히 보게 되는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성애는 영화를 끝까지 집중시키는 데 한몫하는 내러티브이다.

아기, 어른, 할아버지가 되는 너의 곁에 있을게 (스포 있음)

주인공은 요르프족의 장로님 에일리아와 마키아, 그리고 아리엘이다. 마키아가 이웃 왕국의 침범을 받고 낯선 곳에 도착하여 발견한 아이, 아리엘과의 인연으로 마키아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첫 만남부터 마키아의 손을 꼭 잡는 아기, 아리엘. 아기에서 어린이 사이가 된 아리엘은 마키아를 곧 잘 따른다. "아리엘이 커야지 엄마를 지켜줄 수 있어"라고 귀여운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사춘기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아리엘은 마키아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영원한 소녀의 모습으로 사는 요르프 족 마키아에게 "난, 당신을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아"라고 말한다.


그렇게 아리엘이 성장할수록 서로에게 상처만 주게 되는 두 사람. 아리엘은 어린 시절 만난, 디나와 결혼을 해서 아버지가 될 준비를 한다. 운명의 끈은 참으로 신기하게도, 전쟁 중인 상황으로 잠시 나라를 지키러 떠난 아리엘을 대신하여 마키아는 디나의 집으로 향하게 된다. 디나는 이제 곧 세상에 탄생할 아기의 요동침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 마키아를 만나 힘든 순간을 함께한다. 그렇게 아리엘은 전쟁 중에 나라를 수호하고, 디나는 아기를 세상과 조우하게 하는데 이 모든 일들의 중심에는 아리엘의 엄마, 마키아가 있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마키아는 아리엘 곁에 함께하지 않는다. 그가 인생을 잘 살 수 있도록 따뜻함을 알려주고, 강인함을 알려주고, 사랑을 알려준 엄마이지만 아리엘이 인생을 스스로 이끌 수 있도록 멀리 떨어져 지켜본다. 세월이 흐르고, 아리엘이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쯤, 마키아는 다시 한번 아리엘을 찾아간다. 꽉 찬 시간의 세월을 잘 살아낸 아리엘을 위로하며 마키아는 아리엘의 처음 순간을 함께 지켜줬던 것처럼 마지막 순간을 함께 지켜준다.

가족의 꽃, 엄마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영화는 후반부에 갈수록 더욱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데, 아리엘의 어린 시절부터 처음 엄마를 부르던 날들, 걸음마를 하고 마키아란 엄마를 따르던 아이의 모습, 그리고 비 오는 날 엄마 말을 안 듣는 아리엘의 모습, 둘이 거처를 옮겨 싸우게 되는 모든 순간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이별의 혈족이라는 애칭처럼 먼저 유한한 인생을 사는 아이를 보내야 하는 마키아의 마음의 영상일 것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마키아는 다행히 요르프족이라서 세월의 거친 풍파 속에서도 소녀의 모습을 유지하는 행운을 맞이한 엄마이지만, 우리네의 엄마들은 대부분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함께 나이를 맞이하고 세월의 흐름 속에 자신의 시간과 사랑을 내어주게 된다. 이 영화를 통해서 느끼게 되는 점은, 엄마가 되어가면서 아이에게 보여주는 헌신과 사랑의 모습이 세상의 어떤 꽃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아이의 성장기와 다소 어리고 서툰 엄마 마키아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잔잔하게 끝맺음을 한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들이 보면 좋을 것 같은,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를 주말의 영화로 추천한다.



이전 09화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연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