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븐니 Dec 02. 20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Feat. 과일소주와의 동거)

캥블리가 살아가는 법 | 엄마 몰래 소주와 동거

나는 술을 좋아한다.

나는, 술을 마시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친구들에게 평소 하지 못한 속마음도 말하고 노래도 듣고 흥에 취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나의 술 사랑을 방해하는 무시무시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엄마다. 엄마는, 내 방에서 소주병이 나오면 너무 슬퍼하면서 말한다. "왜 딸내미 방에서 소주병이 굴러다녀 (눈물)"이라고 말이다. 언젠가는 엄마 몰래 막걸리를 먹고 옷장에 숨겼는데 그것을 또 옷 정리하는 엄마에게 들킨 적이 있다. 엄마는 이런 순간 등짝 스매싱을 나릴 것 같은 손놀림과 잔소리로 캥블리의 간을 잔뜩 쫄게 만든다. "이건, 예전에 마신 거 나뒹구는 거야"라고 상황을 마무리해보지만 눈치 990단 엄마를 속일 순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아주 매일매일 저녁이 되면 과일소주를 마시며 흥에 겨운 날들을 보낸 적이 있다. 그러면, 기분이 너~무 하이텐션이 되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행복했다. 한 잔을 마시면, 두 잔이 들어가고. 두 잔을 마시면 세 잔이 들어가니. 한 병이 순식간에 내 눈앞에서 비워진다. 아쉬운 마음에 냉장고를 향해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지만, 마실만한 술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잠들기에 블리는 술을 그 정도로만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다. 엄마, 아빠가 잠든 시점에 몰래 집 문을 열어 술을 살 수 있는 곳을 향해 잽싸게 다음 병을 물어온다. 그러면, 또다시 블리의 방에서 디오니서스의 파티의 서막이 시작된다. 흥에 겨워하는 혼자만의 과일소주 파티.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 보는 일이 곤욕스럽지만, 그래도 한창 술을 마실 때에는 정말 꽤 많은 양을 내 몸속으로 부어 넣었던 것 같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최근에, 약간은 바빠진 일정으로 방청소를 미루고 미루었더니 오랜만에 옷 정리, 책 정리, 물건 정리를 하게 되었다. 서랍 구석 즈음에서, 초록색 병으로 추정되는 이슬병이 보인다. 흠, 이렇게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뭔가가 발견이 되면 당황스러운 기분이 든다. 그래도 내가 제일 먼저 발견해서 다행이다. 이건, 아마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내가 오래전에 마시고 숨겨놓은 그 과일소주병으로 여겨진다. 아직도 이 소주병을 발견하지 못한 것 보면, 가족들은 요즘 내방과 나에게 조금 관심이 없나 보다. 알아서 잘하고 다닌다는 신호다. 힛v.v


이제는, 예전처럼은 술을 마실 것 같지는 못하다. 알코올에 취해 삶을 살면 순간은 흥에 겹지만, 엉뚱한 말도 나오고 다리도 흐느적거리게 되니 말이다. 이제는 조금 술에도 완급조절을 하며, 현명한 음주습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다. 예전처럼 주체하지 못할 술주정으로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있으니, 철이 들어가는 과정인가? 저, 나머지 숨어있는 한병의 술을 끝으로 혼술의 습관도 조금은 놓아보고자 한다. 치킨에 캔맥주 정도의 주량으로 나의 술 습성을 조금 수정해보고자 다짐한다. 소중한 블리의 을 위해서.

<캥블리의 이슬사랑, 참이슬열린요정당 블리의 술마당>
작가의 이전글 준비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