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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Aug 01. 2021

<펜트하우스>에 흐르는 인간의 본성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l 펜트하우스가 주목받는 이유.

펜트하우스가 떴다

2020년부터 화제가 된 SBS 드라마가 있다. 21부작으로 구성된 <펜트하우스 1>, 13부작으로 구성된 <펜트하우스 2>, 그리고 이제 <펜트하우스 3>가 이야기의 마무리를 향해가고 있는 시점이다. 처음에는, 다수의 청춘 배우들이 많이 나오길래 그들의 학창 시절을 다루는 청춘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보다 더 연기 경력이 많은 다양한 선배 배우들의 역할이 중요한 복잡한 서스펜스 복수극의 드라마였다.


처음에는, 1&2 시리즈를 보면서 너무나 극악무도하게 잔인한 주단태의 역할에 시대가 아무리 막장을 선호하는 시대라고 하더라도 좀처럼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펜트하우스 시즌 3에서 7화에서부터 주단태의 어린 아픈 기억이 밝혀졌다. 천서진에게서도 심수련에 대한 질투의 감정으로 그런 많은 선택들을 해왔다고 생각했을 때, 그들이 무섭고 잔인하기보다는 안타깝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투라는 감정의 양면성

주단태와 천서진은 다른 차원에서 질투 본능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주단태는 자라온 환경에 대한 결핍으로 인한 부유층 삶의 질투와 성취욕. 천서진은 심수련의 우아함과 자신과는 다른 느낌을 가진 아우라에 대한 같은 여자로서의 질투의 감정. 그러한 것들이 그 둘이 가진 질투의 공유점일 것이다. 우리도 흔히, 주변에 나에게 없는 어떤 것들을 가진 선망의 대상이 나타나면 부럽기도 하면서 질투의 감정도 느낀다. 이러한 질투가 자신의 삶의 동력이 되어 본인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한 요소가 된다면 긍정적인 차원이겠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자기 자신을 파괴시키면서까지 질투와 시기를 하게 되는 모습으로 변질된다면 그 부분은 지양해야 할 모습일 것이다.


드라마의 결말을 기대하며

인간의 다양한 양가적인 감정을 엿볼 수 있는 <펜트하우스>는 연출이 섬세하고, 시각적 세련미가 돋보이는 드라마다. 스트레스받고, 덥고 지친 일상에 사이다 같이 나타나 보는 이들에게 시원한 탄산 뿌리듯이 나타났다. 쟁쟁한 배우들의 출연과 다양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끝에, 시즌 드라마라는 한국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스타일의 매력적인 요소를 많이 가진 드라마다. 어른들의 질투와 욕망 아래 아이들의 재능과 능력이 달려있는, 생각해볼 점 많은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보며 많은 반전보다 적당히 개연성있는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더욱 끌 수 있을 거라는 첨언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주단태와 천서진 부부가 읽으면 좋을 것 같은 기형도 시인의 시를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질투는 나의 힘(1989)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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