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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Feb 09. 2016

돈과 명예보다 더 중요한 것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러셀 로버츠 지음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제 삶이 이렇게까지 바뀔 줄은. 

이 책은 내가 잘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친절히 알려주었습니다. 

모두 다 내 안에 있는 것들입니다.”     


출판사 마케팅으로 쓰인 위 문구에 현혹돼 책 하나를 샀다. 딱히 인생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닌데 나 자신이 좀 잘 되었으면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방향으로든 말이다. 몇 년 안에 마당 딸린 집을 장만기가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하면 행복이 달아나는 것 같기도 했다. 주어진 현실이 당장 바뀌지 않는다면 생각을 바꿀 수밖에. 그래서 읽었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애덤 스미스가 원저자라는 것도 한몫했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 교수 러셀 로버츠가 쓴 책이다. 고전경제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현대인의 삶에 맞게 쉽게 풀었는데, 일종의 해설서다. 다소 어려운 고전을 여러 사례들과 엮어낸 덕에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힌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는 애덤 스미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졌다. 그를 잘못 알아도 한 참 잘못 알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도덕감정론」은 보이지 않는 손, 자유방임주의, 국부론, 고작 이런 단어 몇 개로만 알고 있던 그의 사상이 아니었다.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묘비명에 "도덕감정론의 저자, 여기에 잠들다"라고 새겨지길 원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저서를 아꼈다는 뜻인데, 소원대로 되었을까? 내가 살고 있는 에든버러에 그의 묘지가 있다. 그래서 확인해 봤다. 그것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조하시길. 


바로가기: 애덤 스미스와 만나는 시간, 그의 묘비명은 소원대로 되었을까.



* 행복하고 좋은 삶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 어떻게 하면 그런 삶을 살 수 있는가.    

 

책은 이 두 가지 질문으로 시작한다. 도덕감정론의 애덤 스미스는 이에 답하기 위해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한다.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라고 해도 기본 바탕에 선한 본성이 있고, 누구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있으며, 나아가 타인의 사랑을 받기 원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는 등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성질을 논한다.     


또한 사람들이 왜 유명인사에게 열광하는지, 어째서 폭군마저도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부유한 사람은 자기 재산을 과시하는데 가난한 사람은 숨기는 이유가 무언지, 왜 친구의 큰 기쁨에는 크게 기뻐하지 못하는데 큰 슬픔에는 공감이 잘 되는지 등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경우 앞에 인간의 본성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 속에서 관계 맺기에 대해 알려준다.  


애덤 스미스는 돈과 명예만으로는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오! 돈도 명예도 없는 내가 원했던 말이다. 그렇다면 뭐가 필요하다는 걸까. 그는 행복이란 감정은 사랑받는다는 느낌으로 생기며 더불어 사랑받을 진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랑받기 위해 우리는 지혜롭고 선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 현명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가 강조한 미덕이 여러 가지인데 대표적으로 신중(자기 자신을 돌본다), 정의(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선행(다른 사람을 선한 마음으로 대한다)이 있다. 


이를 어쩐다......! 뭔가 더 어려워진 느낌이다. 신중을 실천하기 위해 적게 말하고 많이 행동하라고 했는데 나는 그 반대다. 말을 많이 하고 바쁘니까 행동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의? 다른 사람을 대놓고 해코지하는 일은 없겠지만 공정한 관찰자(우리의 행동이 도덕적인지 확인해 주는 인간의 상상 속 인물) 앞에 맹세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일이 없을 런지. 선행? 나는 그리 착한 사람은 아닌데. 행복해지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린다고 될 일은 아니었구나, 깨닫는다.   


「도덕감정론」은 인문 철학서인데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은 자기계발서 같다.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행복'에 초점을 두고 풀이한 탓이리라. 그래도 러셀 로버츠가 아니었다면 도덕감정론의 '도'자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읽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애덤 스미스에 관해 관심이 폭발했고 동상, 묘지, 생가 찾기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니까. 이제는 240년 전 스코틀랜드의 한 경제학자가 원랜 도덕철학자였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까. 그걸로도 충분하다. ■




* 책다방 DJ가 이런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애덤 스미스고 나발이고 돈은 없지만 행복해졌으면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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