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다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글음 Dec 18. 2022

암만! 다정한 것이 살아 남지!

이렇게 믿을란다

무릎을 올린 채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흑흑" 소리를 내며 우는 흉내를 내 본다. 소파에 앉아 있던 우리 집 꼬댕이(반려견)가 뛰어내려 품으로 파고든다. 낑낑거리며 기어이 내 손과 얼굴 사이에 자기 주둥이를 밀어 넣는다. 꼬댕이가 혀를 날름거리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푸하하" 웃음이 터진다. 


울집 개는 절대 반려인이 슬퍼하는 것을 가만 두지 않는다. 자신의 의무를 다 하려는 양 어떻게 해서든 웃게 만든다. 언제나 예의 다정함으로 무장하여 온 몸을 던진다. 혼자 이불속으로 들어갔다가 얼굴만 빼고 쳐다볼 땐 어휴, 심장이 녹아 흐물흐물해진다. 어떻게 이런 요물(?!) 같은 게 생겨났을까. 귀여운 것! 이쁜 것!



우리집 꼬댕이 - 진짜 이름은 코리, 허나 별명은 스무 개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공저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을 읽었다.  


연보랏빛 표지를 보고 말랑말랑한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펼치자마자 다윈의 진화론이 나온다. 자연과학 서적이다. 이 부분에서 살짝쿵 배신감이 들지만(!!) 그것만 넘기면 재미난 내용이 주르륵 펼쳐지니 기대하시라. 이 땅의 생명체가 어찌하여 적자생존이 아니라 다정함을 무기로 한 것들이 살아남게 되었는지 과학적인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설파한다. 


개, 여우, 보노보 실험을 거쳐 인간으로 이어지는 근거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읽으면서 우리 집 꼬댕이의 눈빛을 떠올렸다. 이래서 개가 늑대보다 더 잘 살아남을 수 있는 거였군! 하면서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은 어떤 면에서는 사회과학 서적이기도 하다. 다정함으로 만들어진 "우리"를 지키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설명한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아직도 만연해 있는 인종 차별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만약 무작정 다정한 것이 우위를 점하여 진화된다는 이야기만 했다면 저자들의 가설이 꽤 밍밍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인간의 잔혹함에 대해 읽고 나서 깨달았다. 사람이기에, 사람이라서 갖게 되는 타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 무시 등등. 슬프지만 이게 현실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싶다. 결국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법임을. 그러니 우리 모두 일단은 다정하고 볼 일이라는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돈과 명예보다 더 중요한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