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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Jan 26. 2022

너는 레고를 좋아하고
나는 글쓰기 좋아하지

레고와 글쓰기의 상관관계

딸은 레고를 좋아해요. 여느 집 아이처럼요. 어느 날 물어봤어요. 레고가 왜 좋아? 그랬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더라고요. "재미있으니까. 다 만든 다음에 가지고 노는 것도 재미있고" 아이는 뭘 그렇게 당연한 걸 묻냐는 듯 제 얼굴을 빤히 쳐다봤어요. 이보다 더 완벽한 이유는 없겠지요? 후후, 네, 엄마의 질문이 딱 초등학생 수준이었어요.   


어느 날 책을 읽다가 글쓰기를 레고에 비유하는 문장을 본 적이 있어요. <카피책>에 나온 정철 님의 글이었어요. 짧은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카피에 관한 책인데요, 읽는 순간 "아하, 그래서였군" 하고 무릎을 쳤어요. 


"글을 쓴다는 건 단어와 단어를 끊임없이 조합하는 행위입니다. 단어를 조합하여 문장이라는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입니다. 카피 역시 그렇습니다. 조합입니다. 조립입니다. 아이들이 장난감 레고를 조립하여 자동차도 만들고 집도 만들듯 단어를 조립하여 메시지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글을 써내려 가는 여러 과정 중에 제가 가장 즐기는 부분은 바로 단어를 조합하고 바꾸어 가면서 문장을 다듬는 순간이라는 것을요. 만들어 놓은 문장에서 단어를 바꾸거나 순서를 옮기고 표현법을 더하는 일. 마치 레고 조각을 이리저리 끼워 맞추며 무언가를 향해 가다가 마침내 하고 싶은 말을 가장 잘 나타내는 문장을 만드는 순간의 쾌감을 진짜 좋아해요. 글쓰기의 괴로운 순간을 모두 이겨내고도 남을 만큼이요.


딸아이가 레고를 하고 놀듯, 저는 단어를 가지고 노는 게 좋은 가 봐요. 그게 신나고 재밌어요. 그러고 보니 독서를 할 때도 문장에 집착을 하는 편이에요. 매력적으로 쓰인 한 줄에 정신줄을 놓을 때가 있어요. 어떻게 이런 비유법을 쓸 수 있지? 같은 말을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잖아요. 어떤 상황을 묘사할 때 저라면 도저히 생각해 내지 못할 문장을 부려 놓는 글을 만나면 황홀해져요.


물론, 글 안에 무엇을 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멋진 문장이라고 해도 메시지가 별로라면 독자의 마음에 가 닿을 수는 없는 법이죠. 투박한 글체로도 가슴을 울리는 책을 많이 만나 봤어요. 다만 저의 감각이 표현 하나하나에 더 재빨리 반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내용과 형식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 중이에요. 





문장을 다듬는 과정을 즐긴다는 건 글쓰기 작업 중에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말하는 거였고요. 글쓰기 자체가 좋은 이유는 따로 있어요. 글을 쓰면 저를 더 잘 알게 돼요.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내 마음이 이런 상태구나, 그런 게 보이거든요. 글쓰기가 왜 싫은 줄 아세요? 하하, 딱 같은 이유예요. 글을 쓰면 저를 더 잘 알게 돼요. 애써 외면했던, 알고 싶지 않은 저의 나쁜 점까지 보여요. 그런 글을 읽을 때면 한숨 나고 동굴 속에 숨고 싶고 얼굴 빨개지고 그러죠.    


근데 어쨌든 나를 더 잘 알게 되잖아요. 미운 모습은 고치면 되죠. 알아야 바꿀 수 있겠지요. 결론적으로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커져요. 그러다 보니 쓰기 전보다 쓴 후의 제가 더 멋져지는 것 같아요. 오늘도 용기 내고 있는 저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되거든요.  


글을 쓴다는 건 나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그걸 통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싶고요. 이왕이면 잘 쓰인 문장으로 제대로 드러내 보고 싶어요. 아직은 많이 모자라지만 자꾸 쓰다 보면 나아질 거라 믿어요. 레고 놀이를 하듯 글쓰기의 기쁨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쓰는 게 가장 중요해요. 문장을 다듬는 작업은 대개 퇴고할 때 이루어지니까요. 써 놓은 게 있어야 퇴고도 하죠!     


여러 분들은 어떠세요? 글 쓸 때 언제가 가장 즐거우세요? 




글 쓰기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글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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