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양 있는 사람이다. 대학도 나오고 두 아이의 엄마고 영국에 살고(? 이게 무슨 상관?), 하여튼 교양 있는 40대 중년의 아줌마다. 남을 배려하고 친절하며 잘 웃고 때에 따라 적절히 본심을 숨기며 겸손할 줄도 아는 진짜 교양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네이버 검색창과 나 사이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 사이에 아무도 없으니까,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원초적인 질문이 올라오면 나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자판을 두드려 네이버 검색창에 써넣은 뒤 엔터를 누른다. 주로 하다 하다 뭐가 안될 때, 목돈이 있으면 딱 좋은데 먹고 죽을래도 없을 때, 차마 누구에게 물어보기가 힘들지만 궁금한 것이 생길 때 그런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드라마 작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웹소설 작가 돈 많이 벌어요?"
"스마트스토어 되긴 해요?"
"OO 회사 월급은 얼마나 돼요?"
옛날 옛적 드라마 작가를 꿈꾸었고, 네이버 웹소설에 6화까지 올려본 경험도 있으며, 나도 뭔가를 팔아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는 나는 가끔씩 이런 걸 묻곤 했다. 스크롤을 내리며 검색 결과를 확인하다 보면 내가 쓴 것과 똑같은 내용의 질문을 맞닥뜨린다. 주로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들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친절하게 어느 초등학교 다니는지 밝히며 시작하는 질문도 있다.
그러니까 내 질문이 딱 그 정도의 수준인 것이다.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닌데 낯이 뜨거워진다. 답변은 거기서 거기. "혹시"에 기대어 검색을 했다가 "역시" 별 게 없음을 확인하면 그제야 한숨이 나온다. 뭐 하는 짓인가. 나는 교양 있는 사람인데 말이다.
며칠 전 교양 없는 짓을 또 하고 말았다. 빈 여백 앞에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뒤 결국엔 다 지우고 아무 것도 못쓴 채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본 뒤끝이었다.
"도대체 글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블로그와 브런치 가득 글쓰기 요령과 방법을 담은 결과물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런 답은 <지식in>이 최고지 싶어 그쪽으로 내려갔더니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세요."라는 류의 지극히 상식적인 답들이 나온다. 흠, 다른 방법은 진짜 없나 보군.
그런데,
그게 참 위안이 되었다. 글쓰기에는 요행이 없다는 게. 너나 나나, 쟤나 걔나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책 많이 읽고 생각 깊게 하고 자주 쓰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타고난 글 재주꾼이 있을 수도 있고 어릴 때부터 독서천재라 이미 지금의 나보다 사색의 힘이 훨씬 높은 사람이 많긴 하겠지만 그래도 무수한 사람들이 오늘도 글을 제대로 쓰기 위해 나와 같이 머리털 뽑아가며 고군분투할 거라 생각하니 썩 괜찮아졌다.
우리는 가끔 유치해질 필요가 있다. 욕망에 솔직해질 필요 말이다. 이 글 탓에 <네이버에 묻는 은밀한 욕망>은 <브런치에 까발린 유치한 욕망>으로 이름을 바꾼다. 욕망 개명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