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줄타기가 아니더라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저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경지일까!"
그저 두발 짚고 땅에 똑바로 서 있으라고 해도 힘들 텐데 높이 매달린 줄 위를 걷는 자들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 위에서 앉았다 뛴다?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뒤로? 암만, 사람이 아니지 말고.
줄타기만큼이나 기묘한 광경이 작두타기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작두 위에서 뛰고 춤추며 굿거리를 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 신내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작두는 칼이다. 칼날 위에 오르면 발이 베일 텐데, 내 상식으로는 무중력 상태가 되지 않고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것과 비슷한 것으로 계란 위에 올라가기, 풍선 위에 올라가기 같은 게 있다. 실패해도 치명적이지 않으므로 줄타기나 작두타기만큼 위태로워 보이진 않지만 처음 봤을 땐 무척 신기했다.
위에 나열한 것이 가능한 원리는 하나다. 균형 잡기. 발을 어떤 식으로 어디에 올리면 되는지, 몸을 어떤 방향으로 세워야 하는지 원리만 알면 되는 일이라고. 심지어 작두타기 조차 신의 힘이 아닌 몸무게의 균형을 위로 올렸다가 날 위에 선 후 가만 내려놓으면 된단다. 즉,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릴 때부터 균형감각이 약했다. 귓속 전정기관의 발달이 덜 되었던지 철봉이나 평균대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게 어려웠다. 초등학교 때는 화단을 둘러싼 울타리가 철로 되어 있었는데 상대편 아이들이 고무줄 하는 걸 기다리며 위에 앉아 있다가 뒤로 넘어간 적이 있다. 화단에는 교육용으로 현무암, 화강암 같은 큰 돌이 있었고 머리를 부딪혔다. 그때 안 떨어졌다면 서울대를 갔을 수도.
기술만 익히면 되는 줄타기라 해도 나는 오래 걸릴 것이다. 균형감각도 없고 운동신경마저 둔하기 때문이다. 삶의 균형 맞추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생을 줄타기에 비유하곤 한다. 그러면서 일과 일상의 균형을 말하는데 이 부분에서 늘 실패한다. 욕심은 많아 이것저것 화려하게 계획을 세워도 당시 나의 관심을 가장 잡아 끄는 것 한 가지에 몰두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을 키울 때는 브런치가 죽고,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가 개점휴업 상태다. 엄마 역할에 충실하면 자기 계발은 저 멀리 가버리고 본업(종이접기 작가)에 충실하면 집안이 개판이다. 한때는 시간의 분배를 잘하면 되나 싶어서 계획을 더 촘촘히 짜보기도 했다. 뭐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그렇게 해도 안된다는 걸 깨달은 지 오래다. 이젠 포기할 게 무언지 찾는다. 한정된 시간에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지금 브런치 글 쓰기에 집중하면 귀신 나오게 생긴 집안 꼴이나 기타 SNS는 포기한다. 다음 주 월요일에 둘째 딸 친구네 가족을 초대해 핼러윈 파티를 할 예정이다. 며칠간 엄마로 살면서 작가의 삶은 놔버릴 예정이다.
내 삶은 줄타기가 아니다. 늘 한쪽으로 치우친다. 당연히 줄 위에서 떨어진다. 다시 올라와 이번엔 다른 쪽으로 균형이 쏠리고 또 떨어진다. 계속 그럴 것이다. 선택하고 포기하고 후회하고 나자빠져 있다가 겨우 힘을 내 다시 오르고. 굳이 균형을 생각한다면 오른쪽으로 10번 떨어질 때 왼쪽으로 10번 떨어지려 노력하는 게 최선이다.
오늘은 또 어느 방향으로 떨어질까 궁리 중이다.
글 쓰기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줄타기(이상과 현실)>입니다.
❤️ 팀라이트가 뭐하는 곳이냐면
❤️매주 금요일 작가들의 시선이 담긴 레터를 받아보고 싶다면
❤️팀라이트와 인스타그램으로 소통을 원한다면
❤️팀라이트 작가들의 다양한 글을 모아 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