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는 고통과 기쁨에 대하여
지난 4주간 자발적 마감 노동자로 살았다. 브런치 작가들 5명이 모여 자발적으로 밤 12시가 되기 전까지 월화수목금 글 한 편씩 브런치에 올렸다. 엄밀히 따지면 자발적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5만 원을 걸고 시작한 챌린지였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에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다. 방 이름은 <한 달간 울며 글 쓰는 방>.
마감의 힘은 대단했다. 아니, 5만 원의 힘이 대단했나? 12시가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파티에 참석했다 돌아가야 하는 신데렐라가 되어 급히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구두가 벗겨지든 말든, 왕자가 부르든 말든, 알량한 5만 원을 고수하기 위해 마감을 지켰다. 작가 세 명(나도!)이 최종 성공의 기쁨을 맛보았고 두 분은 각각 만 원, 4만 원씩을 기부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전투적으로 글을 쓴 적이 있었나 싶다. 처음이었다. 기자로 살 때도 이런 적은 없다. 글이란 모름지기 사유의 과정 끝에 오랜 시간 숙성시키며 나와야 하는 것이거늘.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사유는커녕 익히지도 않은 비릿한 생각을 정신없이 주워 담아 글 사이에 끼워 넣기 바빴고 시작은 창대했으나 결론은 허무하게 끝나는 글도 수두룩했다. 글 한 편을 올리고 나면 완성 유무를 따질 새도 없이 다음 글의 첫 문장을 생각해야 했다.
고통스러웠다. 근데 그게 무척 행복했다. 나만이 아니다. 함께 했던 작가 4분 모두 괴로움과 즐거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채팅방의 이름처럼 울다가 끝내 웃으며 글을 써냈다. 질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양적 변화가 먼저라고 했던가. 4주간 발행한 20편의 글이 언젠가는 이뤄낼 "글의 질적 변화"를 담보해 줄 양적 변화 같아 마음이 든든해졌다.
가장 큰 성과는 함께 글을 썼던 작가들을 더 깊게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13명의 브런치 작가가 모여 만든 <팀라이트>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들의 글을 오래 들여다보지 못했다. 이번엔 작정했다. 챌린지를 하는 동안 링크를 타고 작가들만의 글 세계로 뛰어들어갔다. 각자가 세워 놓은 브런치 세상에서 나는 그들의 삶을 읽고 삶의 자세를 배웠다. 그들은 동지였고 선생이었다. 친구였다.
작가들과 함께 한 - 글감을 향한 고민, 제목과 부제의 아이디어, 글쓰기의 엿 같음을 토로하던 순간들 그리고 매일마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던 언어유희의 - 날들이 벌써부터 그립다. 또 하면 되지 않느냐고? 흠, 한번 해보시라. 그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장담한다.
하지만 아마도 우리는, 조금 쉬었다가, 다시 자발적으로, 고통의 순간을 만끽하려 챌린지를 시작할 것만 같다. 한번 맛 들인 글 쓰기의 감각 세포가, 여전히 팔팔하게, 증식 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