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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Oct 31. 2022

이태원 간 젊은이들 잘못이 아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주말 사이 이태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속보를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 "설마..." 했는데 사실로 밝혀졌다. 영국 시간 오후 5시쯤부터 알게 된 참사에 밤늦게까지 일손이 잡히질 않았다. 제발 한 사람이라도 더 살아나기를 기도했으나 심정지 상태의 환자가 많다는 이야기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것만 같아 어떡해, 어떡해만 반복했다.  


희생자의 대부분이 2-30대다. 한창 예쁜 나이, 꿈이 많은 나이, 그 꿈을 위해 고민하며 치열하게 살아야 할 나이에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게 되다니, 유가족과 지인들의 마음을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많은 분들이 함께 아파하며 애도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댓글의 세상은 조금 달라 보인다. "그러길래 왜 남의 나라 축제 즐긴다고 가서 그 꼴을 당하냐"는 식의 비아냥거림을 보았다. 읽고 있자니 이태원에 간 젊은이들은 모두 생각 없고 파티에 환장한 사람들처럼 써 놓았다. 비통한 대형 참사를 두고 할 소리인가 싶어 화가 났다. 


왜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할까. 모든 연령층이 살기 팍팍한 시대이지만 평균적인 대한민국 2-30대의 현실은 더욱 고될 것이다. 겨우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한창 사회활동을 해야 할 시기인데 취업도 힘들어, 되더라도 비정규직, 정규직이라 해도 상사 눈치에 이 길이 맞나 하는 고민만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 즐겁게 놀아보겠다고 간 그들이 과연 잘못한 일일까?  


역지사지. 입장 바꿔 생각해 보기. 완전하게 타인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인간에게 주어진 위대한 능력 - 공감 능력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날 밤 젊은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태원에 갔을지, 그들의 희생 뒤에 남은 사람들의 마음이 어떨지, 위로 대신 조롱 섞인 댓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댓글 외에도 앰뷸런스 옆에서 떼창을 불렀다는 기사나 참혹한 현장을 사진에 담으려 휴대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도 (사실 아직 그게 진짜일까 100% 믿지는 않는다) 입장 바꿔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생각한다.


초중고 수업 시간에 국어, 영어, 수학, 과학만 하지 말고 공감력과 상상력을 기르는 수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과 남의 마음이 꼭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려는 노력이나 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어쩐지 날이 갈수록 더 부족해지는 것 같다. 


정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는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안전 시스템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와 함께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이번 사건으로 유가족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피해를 당했으나 살아나신 분, 옆에서 친구나 연인이 떠나는 걸 지켜봐야 했던 분 등 트라우마를 겪는 분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이 분들의 마음 또한 나라가 나서서 잘 보듬어 주길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편히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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