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줌마 칼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글음 Nov 16. 2022

칼럼니스트가 되는 첫 번째 방법

어느 블로그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칼럼니스트가 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칼럼을 쓰면 된다는 것이다. 말장난 같기도 한 이 문장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되는 거였다. 물론 수식어는 붙을 것이다.   


돈 못 버는 칼럼니스트, 인기 없는 칼럼니스트. 


그래도 칼럼니스트다. 요즘은 소설가나 시인 같은 문학가가 되는 길도 꼭 등단에만 있지 않다. 하물며 칼럼니스트야 말해 뭐해. 공무원 시험 같은 걸 통과해야 하는 게 아니니까 일단 써서 블로그나 브런치 등에 올리면 된다는, 이 단순한 사실이 마음에 들면서도 왜 그동안 쓰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으로 이어졌다. 되고 싶다고 마음먹은 게 언젠데.  


매체에 실린 칼럼을 읽다 보면 에세이와 칼럼의 경계가 모호해 보일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칼럼은 "필자의 관점을 담은 글"이다. 사회, 정치 등 시사적인 이슈뿐 아니라 여행이나 음식 등 우리 삶의 전반에 관해 쓰는 사람만의 독특한 시선과 해석이 들어간 글이라 생각한다. 


관점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내 글을 읽고 한 사람이라도 숨을 고르며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라는 말이 나오게 생각의 웅덩이에 작은 조약돌을 퐁당 던질 수 있는 글이면 좋겠다. 대단한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생각의 흐름을 살짝 바꾸어주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김혼비의 에세이 <다정 소감>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작가의 유쾌한 문장력도 매우 사랑하지만 (닮고 싶지만) 그보다도 글 안에 자기만의 시선을 담아 풀어내는 솜씨에 깊이 빠져들어 왕팬임을 여기저기 떠들고 다닌다. 김혼비 작가는 내가 평소 생각해 오던 것들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편견과 선입관을 깨뜨려준다.


예를 들어 <그의 SNS을 보았다>라는 꼭지에서 작가는 좋아하던 뮤지션의 SNS에 올라온 글이 맞춤법이 엉망인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그것이 팬심을 시험받는 일이었다고 고백하지만 "음악 하느라 다른 걸 돌아볼 시간도 없었을 텐데 그깟 맞춤법 좀 엉망이면 어떻다고..."라는 다른 이의 댓글을 통해 작가는 깨닫게 된다. 그동안 기본 소양이라고 여겨왔던 것이 한 사람의 과거를 모르고는 함부로 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김혼비는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맞춤법 하나로 무시받아서는 안 되는 삶들이 도처에 존재한다."고 썼다. 


한국에 있을 때 사보기자와 사회운동 단체의 기관지를 몇 년 만들다 보니 한 달에 한번 눈이 빠지게 교정, 교열을 해야 했다. 어느 순간 화장실에 붙어 있는 광고지에서조차 볼일 보다가 옷도 추스르지도 않은 채 교정을 본 적도 있다. 그 후 맞춤법을 엉망으로 쓰는 사람은 지질해 보였다. 맞춤법에 신경 쓰는 내가 그럴싸해 보였다.  


김혼비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동안 담고 있던 생각이 깨져나갔다. 어쩌면 그건 허세였을 수도 있다. 현상 너머의 이면을 보지 못하는 사고의 한계였을 수도 있다. 작가는 내게 그걸 깨우쳐 주었다. 맞춤법을 잘 모르고 엉망으로 쓰는 사람이라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라는 기준을 세웠다.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칼럼으로 익히는 글쓰기의 힘> 수업을 등록했다. 짧은 글 안에 나만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다. 매주 1회 3시간씩 칼럼을 읽고 분석하고 토론을 한다. 7명의 동기생들이 있는데 그들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끄집어낼 때 감탄하기도 한다. 과제로 쓴 칼럼을 피드백받는 시간은 가장 즐겁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좀 더 매끄럽게,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이끌어주기를 바라 왔기 때문이다. 


한겨레 문화센터 강의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05년에 <자유기고가> 수업을 듣고 시사 월간지의 기자가 되었다. 2009년 <서평 쓰기> 수업 후 강사에게 책 100권을 추천받아 미국으로 싸들고 가면서 인생의 새 국면이 펼쳐졌다. 이번 수업은 또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기대가 된다. 1년 뒤, 이 글을 다시 읽어 볼 참이다.   




※ 6주 강의라 5번의 칼럼을 과제로 제출하여 피드백을 받을 예정입니다. 과제 칼럼과 피드백 내용을 정리하여 올리려고요. 혹시 칼럼니스트를 꿈꾸시는 분이 계시다면 함께 해요. ^^


↓↓↓ 1차 과제 ↓↓↓


https://brunch.co.kr/@songyiahn/42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